노동위원회 풍경

솔로몬 판정보다 더 아름다운 ‘화해’

2024-03-15 13:00:01 게재

부당해고 등 사용자로부터 부당한 처분을 받은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2023년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한 건수는 1만8167건으로 2022년(1만4878건)보다 22%나 늘었다. 또한 2023년 한해 동안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판정한 1736건 가운데 30.5%인 539건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노사분쟁이 노동위원회에서 그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명한 솔로몬의 판단보다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의 양보와 합의를 통해 이뤄진 ‘화해’를 가장 아름다운 결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화해를 권고하고 있다.

노·노 갈등으로 빚어진 폭행 및 폭언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올해초 이뤄진 화해 사례가 있다.

A사에 근무하는 직원B는 회사 전직원의 체육행사용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회사 각 부서에 직원들의 옷 치수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직원C는 다른 부서의 선임으로 B가 요청한 사안에 대해 통화를 하게 됐다.

직원B “30명 사이즈를 내가 일일이 정리를 못합니다. 일이 많아서….”

직원C “그럼 저는 일이 없어서 할 수 있습니까?”

직원B “그럼 하지 마소. 본부장에게 직접 하라고 할게요.”(전화 끊음)

직원C (다시 전화 걸어) “왜 전화를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요?”

직원B “아니 바쁘다며? 바쁘면 일 하라고. 쯧”(전화 끊음)

직원C (다시 전화) “반말하지 말고 어디에 계세요? 한번 봅시다. 우리”

직원B “올라 온나, 올라 온나.”

직원C “반말하지 마세요.”

B와 C는 이같이 통화하면서 반말과 폭언이 오갔고 C는 B를 찾아가 언쟁하는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다. C는 2주간의 상해진단을 받게 됐다.

B와 C는 각각 쌍방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고충을 신고했고 사용자는 B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처분했다. C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징계 결과에 불복한 B는 사용자를 상대로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해당 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처분이 정당하다며 구제신청을 기각 판정했다. B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준공공기관 성격상 화해권고를 받기 어렵지만

A사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으로 준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강을 요구하고 징계의 수위도 높은 편이다. 또한 일반 기업에 비해 대표이사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화해 권고를 하더라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참여한 공익위원 3명과 노·사위원 2명 등 5명의 위원은 노·노 갈등으로 빚어진 이 사건에 대해 향후 B와 C가 현장에서 같이 근무해야 하는 불편한 환경을 우려해 노·사의 다툼을 해소하기 위해 참여 위원 모두가 한마음이 돼 화해를 적극적으로 권고했다.

노·노, 노·사 모두가 만족한 화해

그 결과 심문회의에서 B는 C에 대한 폭행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용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적극적인 화해 권고와 B의 사과를 받아들여 화해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최종 화해안을 마련하고 합의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B는 징계수위 하향을 요청했고 사용자는 B에게 정식사과문을 요청했다. 징계 수위의 하향을 위해서 사용자는 외부위원을 포함한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사용자는 화해 권고 기간연장을 통해 신속하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B의 징계 수위를 하향했다. B와 C는 진심어린 사과와 대화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앙금을 풀고 사업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고 원만하게 만들게 됐다.

화해는 결코 쉽지 않다. 당사자 어느 한쪽의 양보로만 이뤄진 화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해를 통해 노사 모두 윈윈(win-win)하며 분쟁을 종료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미룰 일은 아니다. 앞으로도 노사분쟁이 있는 곳에서 이 사례보다 더 어려운 조건일지라도 노사 모두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화해’가 지속되길 기원한다.

양미애

중앙노동위원회

심판2과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