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야권 인사 잇단 수사·기소

2024-03-15 13:00:14 게재

‘통계조작 의혹’ 김수현 등 전 정부 인사 무더기 기소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임종석 수사 본격화

“선거 앞두고 정치권 수사 이례적, 총선 영향 우려”

총선을 앞두고 야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진행되는 검찰 수사와 기소가 자칫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은 전날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1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 문재인정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 관계자 7명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주택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회에 걸쳐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수현 청와대 전 정책실장 검찰 조사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비롯한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1월 22일 대전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국토부가 집값 변동률 ‘확정치’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와 ‘속보치’를 매주 3회 대통령비서실에 미리 보고토록 하고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 검열해 주택매매·전세값 변동률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조작된 변동률 때문에 국가통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졌고, 주택통계 산정에 들어간 세금 368억원이 허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집값 뿐 아니라 소득·고용 관련 통계에도 정권에 유리하게 왜곡·조작하기 위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상조 전 실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4명은 고용통계 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책실패라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통계조사 방식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증가한 것처럼 왜곡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이 역대 최악으로 나타나자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통계청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통계기초자료를 제공토록 한 혐의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기소했다.

국가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9월 감사원의 의뢰로 시작됐다. 검찰이 6개월여 수사해 결과를 내놓은 것인데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논란이 제기된다.

당장 당사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수현 전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통계로 국민을 속이려 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기소는 윤석열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워 계속하고 있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망신주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적 논란과 관련해 검찰은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영장 기각이라는 사정이 두 차례 발생하면서 수사가 지연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통계조작 의혹 관련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해 두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주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며 재기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당시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서울고검은 2021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조 국 전 법부무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재기수사를 명령한 바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또 민주당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지난 1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구속기소한 데 이어 돈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허종식 이성만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을 지난달말 재판에 넘겼다. 이들 외에도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여전히 검찰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지난 대선 직전 허위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뿐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처럼 야권을 겨냥한 수사가 다각도로 진행되면서 법조계에선 우려에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검찰출신 변호사는 “과거에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정치권 수사는 착수를 미루거나, 선거 이후에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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