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40%, 부모 동의 받은 휴학계 제출

2024-03-18 13:00:03 게재

절차 거친 유효 휴학 신청 7594건 … 정부 강공에 교수 집단 사직 확산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전국 40개 대학 의대생이 이틀 동안 800명 가까이 증가, 7594명에 달했다. 이는 의대생 10명 중 4명에 해당한다.

17일 교육부에 따르면 15일부터 이틀간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11개교에서 777명이 추가로 휴학을 신청했다.

이는 유효 휴학만 집계한 것이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와 학과장 서명 등 학칙의 절차를 따라 제출된 휴학계를 말한다. 기존에 냈던 휴학계를 철회한 학생은 2개교에서 6명뿐이었다. 이에 따라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7594건이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 1만 8793명의 40.4% 수준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집단 유급 데드라인 임박 = 실제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더 많다.

절차를 거치지 않고 휴학계를 낸 학생들까지 따지면 지난 달 말 기준으로 이미 1만3697명에 달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휴학계를 낸 의대생 수를 고려하면 전국 의대 재학생의 대부분이 집단휴학에 동참하고 있다.

유효 휴학 신청은 이달 내내 하루 기준 한두 자릿수로 증가하다가 12일 511명, 13일 98명, 14일 771명에 이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증가세가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을 관철하겠다고 결의한 결과인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대한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9일 임시총회에서 ‘가장 먼저 휴학계가 수리되는 학교의 날짜에 맞춰 40개 모든 단위가 학교측에 휴학계 수리를 요청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수업 거부도 이어져 = 수업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6개 대학에서 ‘수업 거부’가 확인됐다며,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면담·설명 등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은 ‘단체 유급’을 막기 위해 본과생 개강 일정을 지난달에서 이달 중순 혹은 말로 미뤘다. 본과생은 실습 등 이유로 통상 2월 중순에 개강한다.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학생들이 쉽게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 “교수나 선배들과 상의하던 2020년 의정갈등 당시와 달리 학생들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원칙적 대응’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정부는 오히려 정원배정심의위원회를 꾸리고 대학별 정원 배분에 착수하는 등 증원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 배분’ 속도전 =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자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에 이어 교수들의 집단사직마저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 시기를 논의한다. 지난 11일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정부가 이날까지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자발적인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원래 계획대로 (서울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할 것인지,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25일에 할지를 이날 회의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다른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지난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의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결의는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회의에는 20개 의대가 참여해 그중 16개가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나머지 4개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동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의대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날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선배 의사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옹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의대 교수들이 환자 곁을 떠나겠다고 밝힌 데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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