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건강관리에 건강보험 더 쓴다

2024-03-19 13:00:00 게재

난이도 위험도, 저출산 분야, 건강결과에 따라 ‘수가’ 적극 보상 … “최선진료, 재정 확보해야”

앞으로 필수의료와 수익이 낮은 저출산 분야, 건강관리 등에 건강보험 비용을 더 쓴다. 난이도 위험도가 높거나 정책적 가치가 높은 분야에 의료 수가를 더 지불하겠다는 뜻이다. 관련해서 정책 방향은 맞지만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 사태가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18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위급한 환자에게 달려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8일 중앙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개혁을 위한 보상체계의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수가 제도는 모든 개별 의료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는 날로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응하고 의료서비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가치 기반의 지불 제도로 혁신한 것과 대비된다.

행위별 수가 제도는 지불의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과 의사들은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 결과보다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돼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박 차관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국민의 건강 회복이라는 성과와 가치에 기반한 지불 제도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보상체계 개편 방향을 보면 먼저 상대가치의 조정을 전면 개편해 신속하게 재조정할수 있도록 한다. 또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대기 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한다.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해 저수익 분야의 사후 보상 제도와 네트워크 보상 등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적용해 필수의료 분야를 제대로 보상한다. 그리고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와 가치를 기반한 혁신적 지불 제도를 적극 도입한다.

관련해서 박 차관은 이날 3가지 개편 방향 중 상대가치점수 방향을 밝혔다. 상대가치점수는 의료행위별 가격이다. 현재 수술·입원·처치·영상·검사의 5가지 분야로 구분되는데 수술·입원·처치료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외과수술 수가는 원가의 81.5% 수준이다.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의 원가 보전이 135.7%, 영상검사가 117.3%인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수술할수록 적자를 본다는 외과계가 지적이 나오곤 한다.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진 구조적 문제인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2012년부터 2017년, 2024년 3차례에 걸쳐 상대가치점수를 개편해왔지만 각 분야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고평가된 항목에서 저평가된 항목으로 수가를 조정하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상대가치점수 결정의 핵심인 업무량 산정 권한을 위임받은 의사협회가 내부 조정에 실패하며 진료과목 간 불균형도 심화됐다.

박 차관은 “이러한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상대가치점수 산정 절차와 방식을 대폭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연 단위 상시조정체계로 전환한다. 이러한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정부·전문가·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상반기 준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우선 난이도와 업무 강도가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화상 수지접합 소아외과 이식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대해 총 5조원 이상을 집중 보상한다.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에는 3조원 이상을 집중 투입한다. 심뇌 네트워크, 중증 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2조원의 네트워크 보상을 강화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수가제도 혁신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와 이를 뒷받침 할 재정 확보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며 “5년간 10조원 규모 투자는 부족할 수 있다. 이후 지속가능한 필수의료 진료를 위한 재정마련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수가제를 묶음수가로 정상화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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