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2차 갈등…총선 돌파구? 여권 자충수?

2024-03-19 13:00:33 게재

‘이종섭·황상무·비례공천’ 놓고 ‘2차 충돌’

여당 요구 수용되면 총선 위기 돌파구 기대

윤 대통령 계속 외면하면 총선 위기감 증폭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 맺은 휴전이 깨질 위기다. 휴전 이후에도 물밑 신경전을 벌여왔던 양쪽이 ‘이종섭·황상무·비례공천’을 놓고 재충돌 기류를 보이기 때문이다. 2차 갈등이 빠른 시일내에 수습된다면 수도권 총선 위기론에 휩싸인 여당에게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다면 참패 우려도 덩달아 커질 것이란 우려다.

19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한동훈 사퇴론’이 불거졌던 1차 갈등 이후 휴전에 들어갔다.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으로 촉발된 1차 갈등에서 양측은 “극한대결은 공멸”이라는 위기감 속에 서둘러 사태를 봉합했다. 휴전 이후에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대통령실은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대표로 밀었지만, 한 위원장은 당 사무처 국장을 앉혔다. 비례공천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친한(한동훈) 장동혁 사무총장과 친윤 이철규 의원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다.

휴전은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인해 마침내 깨질 위기다. 한 위원장과 지도부, 수도권 후보들은 이종섭 호주대사를 겨냥해 ‘공수처의 즉각 소환 통보와 즉각 귀국’을 주문했다. 황 시민사회수석에 대해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황 수석 사퇴에 선을 긋고 있다. 이 대사에 대해선 “공수처가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놓고도 이견이 심하다. 이철규 의원은 18일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배제하고, 친한동훈 인사만 챙겼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장 사무총장은 19일 “절차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윤·한 2차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단 앞선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19일 “(총선 참패로 인한) 레임덕을 원치 않을 윤 대통령이 당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수도권 총선 위기론에 휩싸였던 여당으로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정권심판론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한동훈 효과’를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친윤 인사는 “한 위원장이 자기 정치 욕심에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최소한의 신의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 요구를 계속 거부한다면 여당의 총선 위기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