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투자자에 외면당하는 포스코

2024-03-19 13:00:34 게재

탄소배출·기후 리스크 원인

외국인 지분 1년새 ‘반토막’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15개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홀딩스와 그 자회사를 기후 위기 대응 관련 우려 등으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탄소배출, 기후대응 미흡 등이다. 최근 1년 새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19일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SFOC)은 ‘왜 해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가? 포스코 홀딩스의 기후 리스크 및 재무 영향 진단’ 보고서를 발간했다.

기후솔루션의 조사에 따르면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최소 15곳의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포스코홀딩스와 그 자회사를 기후 관련 우려로 투자에서 배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덴마크의 단스케방크는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화석연료 활동을 이유로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투자에서 배제했다. 환경 파괴 관행과 인권 문제와 관련해선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배제했고, 온실가스 배출 등과 관련해선 포스코스틸리온에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가장 최근 사례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다. 1929년 설립된 로베코는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이 1810억유로(262조원)에 달하는 네덜란드 최대 규모 운용사다. 로베코는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기후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포스코와 상장법인 5개사(포스코홀딩스, 포스코DX,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는 석탄 화력 발전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로 올해 관련 펀드 내 투자 배제 리스트에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주주 이탈의 배경으로 포스코그룹의 탄소 배출 등 기후 리스크를 꼽았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에서 “투자 회수(divestment)나 투자 배제(exclusion)는 주주의 적극적 관여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투자자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기업의 가치가 부합하지 못하는 경우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신뢰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단기목표나 로드맵을 공개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과 무관치 않게 코스피 상장사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최근 1년 사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7.59%로 1년 전(49.79%)보다 22.2%p 급감했다. 2006~2022년에는 53~69%의 비율을 보이는 등 평소 50~60%대를 유지하던 포스코홀딩스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50%선을 밑돌더니 최근까지 이탈 추세가 빨라졌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이 20%p 넘게 급감한 상장사도 포스코홀딩스가 유일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확정되는 장인화 대표이사 회장 후보의 새 경영진에게 탈탄소 정책 확립이 중요한 과제로 주어졌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주총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가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회사 측에 탈탄소 경제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재점검하고 탄소중립 로드맵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장유팅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변화와 사업의 연관성이 더 커지고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이사회”라며 “지속가능성 보고서나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 대응의 시작일 뿐이므로, 경영진은 선언이 실제 목표 달성에 이르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하며 이사회는 이를 관리, 감독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대응이야 말로 투자 배제 등의 평판 리스크에 대응하는 정도라는 주장이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탄소중립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의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간 목표와 관련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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