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 위크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의지 확인할 중요 이벤트

2024-03-19 13:00:35 게재

주요 키워드 ‘주주환원 확대 … 이사회 재편’

일반주주·행동주의 펀드 주주제안 안건 증가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주가 등락 엇갈릴 듯

이번 주부터 3월 말까지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상장사 2055개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하며 슈퍼주총 위크에 돌입한다. 올해 상장사 주총의 주요 키워드는 주주환원 강화 정책과 이사회 재편 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주총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를 제고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중요한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주주 최대 관심 ‘배당확대·자사주소각’ =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12월 결산 상장법인(2614개사) 중 이번 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곳은 371개사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202개사, 코스닥시장에서 천보 등 164개사가 주총을 연다.

3월 마지막 주(25~29일)는 슈퍼 주총 위크로 1684개사가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 등 472개사,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 등 1122개사에 달한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총은 오는 20일 열린다. 삼성SDI,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카드 등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 주총도 이날 개최될 예정이다.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증권 등의 주총은 21일 개최된다. 21일에는 현대차와 포스코홀딩스, 대한항공, LG유플러스, LG이노텍, 대신증권, 롯데정밀화학 등의 주총이, 22일에는 BNK, KB, 메리츠, 우리, 하나 등 다수 금융지주와 금호석유화학, 풍산 등의 주총이 예고됐다. 21일과 22일에 각각 188개사, 238개사의 주총이 집중 개최된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21일)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22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25일), LG전자(26일), LG(27일) 순으로 주총을 순차 개최한다. SK그룹은 3월 마지막 주인 26일에 SK텔레콤, 27일에 SK하이닉스와 SK의 주총을 개최한다.

주주들의 최대 관심은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이다. 이에 주요 상장사들은 그동안 저평가 받아 온 주가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주총을 여는 네이버는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병행한다. 네이버는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현금으로 배당한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8% 중 3%는 3년 동안 매년 1%씩 소각한다.

28일 주총을 개최하는 카카오는 별도 잉여현금흐름의 30%에 해당하는 1344억원 규모로 주주환원을 시행한다. 267억원 현금 배당에 전체 발행주식의 0.44%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날 주총을 개최하는 KT는 연말 결산 배당을 분기 배당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2025년까지 주당 최소 1960원 배당을 보장하기로 했다.

◆주주제안 안건 큰 폭 증가 = 최근에는 들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와 주총 시즌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보다 더 높아지며 주주제안 안건도 다수 상정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제안 안건 상정기업 수는 전년대비 62.1% 증가한 47개사다. 주주제안 안건 수 또한 175건으로 전년대비 78.6% 상승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안건을 구분해보면 임원 선임 및 해임이 96건으로 54.9%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외에 주주환원(22.9%), 정관변경(16.6%), 임원보수(4.0%), 기타(1.7%) 안건 순으로 높았다. 전통적으로 비중이 높았던 임원 선임 및 해임을 제외하면, 주주환원 관련 안건 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다만 주요 안건으로 거론되는 주주환원 안건은 지난해 40건의 제안 중 가결된 건은 1건에 그칠 정도로 낮은 가결율을 기록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주주환원 확대를 강조하는 밸류업 정책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주주환원 안건은 기업들 내에서도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며 “주주제안 안건이 실제로 가결되지 않더라도, 주주 의견 개진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이끈다는 점에 있어서 현재의 추세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또 “밸류업이 부각된 올해의 경우에는 작년보다 많은 주주 제안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주총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에 힘을 쓸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중요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주가 차별화 뚜렷 = 실제 밸류업 프로그램이 화두가 된 연초 이후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들의 당일 평균 수익률은 1.04%, 공시 이후 5일 간의 수익률은 2.83%를 기록했다. 그 외에 주주환원 정책을 공시한 기업들 또한 당일 평균 수익률은 0.41%, 이후 5일 간의 수익률은 0.71%를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지난 15일 주총에 주주환원 요구 안건이 부결된 삼성물산의 주가는 하루 만에 9.8% 급락했다. 18일과 19일에도 하락세가 지속되는 중이다.

이와는 달리 18일 CJ 주가는 전일대비 14% 급등했다. 자회사 실적 개선 및 IPO 철회 가능성에 상장으로 인한 더블카운팅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들 주가의 방향성을 가른 부분은 결국 ‘밸류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실망감과 더블카운팅 해소로 인한 밸류업 기대가 차별화 요인이었다”며 “이러한 직관적인 효과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함께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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