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굳히기’에 ‘빅5’ 교수사직 가시화

2024-03-20 13:00:26 게재

성균관대 비대위 19일 긴급 총회서 결의 … 전공의 징계시 전국 확산 가능성

회장 선거 중 의협선 총파업 주장도 … 동맹휴학 막힌 의대생 ‘군 휴학’ 움직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충북대 대학본부 앞에서 의대정원 증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이 대학 교수들을 뒤로한 채 간담회 참석차 건물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배분 발표 강행으로 ‘정책 굳히기’에 나서자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차기 회장을 뽑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는 총파업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의정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이 전날 집단 사직을 결의하면서 사실상 ‘빅5’ 병원과 연계 대학 교수들이 모두 집단 사직 대열에 합류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오후 6시 의대 기초의학교실·삼성서울병원·강북삼성병원·삼성창원병원 교수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비대위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의대·병원 소속 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중 83.1%가 단체 행동에 찬성했으며 이 중 2/3 이상이 자발적 사직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사직서를 취합한 후 전공의나 의대생의 피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이나 다른 대학과의 공동 대응을 고려해 동시 제출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적 확산 가능성도 = 성균관대 외 ‘빅5’병원과 연계된 대학 교수들은 이미 집단사직을 결의했다.

18일에는 서울대·연대 교수 비대위가 오는 25일까지 취합된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울산대 의대는 지난 15일 열린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다른 19개 대학과 함께 이달 25일 이후 대학 일정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가톨릭 의대 교수협의회도 지난 14일 총회를 열어 집단사직을 결의했다.

다른 대학 교수 상당수도 전공의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집단행동을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에 대해 진행 중인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돼 면허정지 사례까지 나오면 집단사직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이런 집단사직 움직임을 비판하는 한편 필수의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9일 중수본 회의 브리핑에서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민들의 존경을 받아 온 사회지도층으로서 의대 교수님들이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방식으로 뜻을 관철하려 하고 정부의 무릎을 꿇리려 하는 행동에,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나아가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강경파 ‘개원의 파업’ 주장도 = 의사단체들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은 오늘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치른다. 후보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 등 5명이다. 이 가운데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건 정운용 대표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이미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의협 안팎에서는 개원의 중심의 총파업 등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협 관계자는 “총파업 여부는 신임 회장과 비대위원장, 여러 임원들이 회원들의 뜻을 모아 판단할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 관련 협상과 투쟁 방향에 대해 신임 회장과 비대위원장이 함께 논의하면 어떨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현역으로 군대 가자’ = 이런 가운대 정부 개입으로 동맹휴학이 막힌 의대생들이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며 ‘군 휴학’ 신청을 예고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동맹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의관과 공보의를 차출해 대형병원에 투입한 것에 불만을 품고 현역 입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일에 차출되지 않도록 현역으로 군대에 다녀오겠다는 것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병역 의무가 있는 남성 의대생을 대상으로 군 휴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응답자 5016명 중 49%(2460명)는 올해 8월까지 현역 사병으로 입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입대 신청을 한 의대생도 419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실제로 입영통지서 등 필요한 서류를 갖췄다면 입대를 목적으로 한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막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고등교육법은 학생이 ‘병역법에 따른 입영 또는 복무’를 이유로 휴학을 원할 경우 학교장이 학칙에 따라 ‘휴학하게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임신·출산·자녀양육 등을 이유로는 학교장이 ‘휴학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입대는 학교장 재량보다는 ‘법령이 허용하는’ 휴학 사유로 볼 수 있는 셈이다.다만 올해 입영 대상자 신청은 작년 말에 마무리돼 의대생들이 당장 올해 현역으로 입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병무청은 매년 11~12월에 다음 연도 입영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 사정 등으로 공석이 발생하면 수시로 추가모집을 하지만 수십명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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