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현역 40% 교체…‘친명 주류’ 길 열어

2024-03-20 13:00:31 게재

친문계 퇴조 … 이재명 장악력↑

완충지대 실종 “총선 다 떠안아”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서울 강북을 공천을 끝으로 4.10 총선 공천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역의원 40%가 교체됐는데 친명(이재명계)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재명 대표와 지근거리에 있는 현역의원과 지도부 대부분이 생환한 반면 친문·비이재명계의 퇴조가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당원과 국민 뜻을 반영한 혁신공천의 결과”라고 반겼다. 이 대표의 확고한 당 장악력을 확인한 공천으로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과실 또한 고스란히 이 대표의 몫이 됐다는 평가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민주당은 소속 의원 156명(더불어민주연합 파견 의원 포함) 가운데 62명을 교체했다. 현역교체율 39.7%는 역대 총선 물갈이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호남의 경우 26명 가운데 13명의 현역이 바뀌었고, 광주는 8곳 중 7곳에서 현역의원이 낙천했다. 21대 국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긴 역대 최다수 현역을 보유한 입장에서 현역교체가 불가피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거리감이 있는 의원들이 교체 대상이 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실상의 살생부가 된 ‘현역의원 하위 20% 평가’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직후 진행돼 비명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의원·당직자·당원 조사가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권리당원·지지층이 참여하는 국민참여경선도 이 대표의 노선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후보자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역교체가 정치혁신이라기 보다는 반대파 쳐내기로 비치면서 당 지지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19일 끝난 서울 강북을 경선이 대표적이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한 후 치러진 온라인 투표(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에서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박용진 의원과 경쟁에서 승리했다.

대표적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이번 경선과 관련 “답정너 경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 성남 중원·수정구 지역활동 중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감산을 안 한 상태에서 박 의원이 30.08%, 조 후보가 69.93%이었고 가·감산하면 19.4%대 80.6%이었다”며 “압도적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중앙당선관위가 순위와 투표율만 공개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후보 득표율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원 결정을 내세워 논란을 매듭짓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하다.

막말 논란에 휘말린 양문석 후보에 대한 입장도 비슷하다. 김부겸 선대위원장, 고민정·윤건영 등 친문계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도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는 이낙연 전 대표 등 반명계 의원들의 탈당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친문계가 요구한 ‘통합 중심’의 선거전략에 대한 거부입장에서 이미 예고된 흐름으로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77%의 압도적 지지율로 대표에 올라 이번 공천을 통해 확실한 장악력을 보였다”면서 “총선 이후 이 대표와 친명계가 주류가 될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 단일체제가 구축된 이상 총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공과도 이 대표의 몫으로 남는다. 비명계 한 의원은 “당 공천은 당 내부와 강경지지층 중심의 메시지와 전략이 통하는 공간이지만 본선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다른 목소리, 완충지대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 이 대표와 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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