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여정 울퉁불퉁할 것”…금리인하 신중한 접근

2024-03-21 13:00:10 게재

연내 3회 인하 유지에도 중립금리 상향 … 금리인하 폭 줄어들 가능성 우려

국내 증권가, 3월 FOMC 불안감 잠복 … 고물가로 통화정책 불확실성 여전

미 연방준비제도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5회 연속 동결하면서 연내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3회로 유지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인하의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3대 증시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연준 금리 발표 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트레이더가 작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3대지수 모두 사상최고치 경신 = 미 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1.37포인트(1.03%) 오른 39,512.13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6.11포인트(0.89%) 오른 5,224.6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02.62포인트(1.25%) 상승한 16,369.4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같은 날 각각 종가 기준 사상 최고로 마감한 것은 2021년 11월 8일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이러한 여정을 거치더라도 2% 목표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61%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8bp(1bp=0.01%p) 하락했다. 다만,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28%로 하루 전 대비 2bp(1bp=0.0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68달러로 전거래일보다 2.14% 하락했다.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연준 결정에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3.4로, 전날 같은 시간 대비 약 0.4p 하락했다.

◆장기 중립금리 상향조정 등에 촉각 = 연준은 지난달과 성명문 문구를 거의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기존의 뷰를 유지하는 기조를 보였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며, 인플레이션도 다소 높지만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설명하며 지난 1월 FOMC 성명문에 추가한 문구 또한 유지했다. 물가가 2%에 근접해간다는 대단한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금리 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일부 변화를 주었다. 올해 성장률을 기존 1.4% 전망에서 2.0%로 큰 폭 상향 조정했으며, 이와 함께 실업률은 소폭 하향했고 근원 물가는 2.6%로 기존의 2.4%에서 상향 조정했다. 헤드라인 물가 전망치는 기존 2.4%를 유지했다.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중간값은 4.6%로 지난 12월 FOMC의 ‘연내 세차례 인하’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2025년과 2026년에 대한 금리 전망치는 각각 0.3%p, 0.2%p 씩 상향 조정해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장기 금리 또한 2.5%에서 2.6%로 소폭 상향 조정되면서 중립금리가 소폭 높아지며 장기간 고물가 속 높은 정책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은 연준 내 미묘한 기류 변화와 장기 중립금리 상향조정 등에 촉각을 세웠다. 특히 ‘연내 4회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연준 위원의 수가 기존 5명에서 1명으로 줄어 기존 ‘3~4회 인하 전망’이 ‘2~3회’ 인하 전망‘으로 바뀐 점과 2025년 말 예상 정책금리가 3.6%에서 3.9%로 높아진 점 등에 주목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세 차례 이상을 전망한 위원 중 1명만 인하 전망을 축소한다면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전망은 세 차례가 아닌 두 차례로 축소하게 된다”며 “향후 물가 둔화가 더디고 고용시장이 견고한 모습이 지속하면 6월 FOMC에서 발표될 점도표에서 연내 인하 폭이 감소할 위험이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임 연구원은 또 “2020년 2분기 이후 2.50%로 유지됐던 장기 중립금리의 중간값이 2.625%로 상향 조정됐다”며 “지금 당장은 시장이 인하 시점에 주목하지만 일단 인하가 시작되면 인하 사이클의 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장기 중립금리 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될 수도 있어 우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하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강화됐다고 판단했다. 최 연구원은 “연준의 예상대로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강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현실화하면 디스인플레이션을 더욱더 ‘울퉁불퉁(bumpy)’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며 “연준의 연내 3회 인하 전망은 유지됐지만 우리는 2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과가 당장 주식·채권시장에 강세 요인이 되겠지만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CPI 상승률 발표 등으로 물가 둔화 속도가 지연된다면 다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 있다”며 “4월 중순부터는 또다시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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