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온종일 주고받기…‘2차 갈등’ 봉합될까

2024-03-21 13:00:18 게재

윤, ‘황상무·이종섭’ 주고 ‘비례 수정’ 받은 모양새

이철규 추천한 주기환·민영삼 등 빠져 ‘반쪽 거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이에 ‘2차 갈등’을 촉발한 요인은 크게 3가지가 꼽힌다.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 ‘비례대표 공천’이다. 윤 대통령이 20일 오전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자, 한 위원장측은 이날 오후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수정했다. ‘총선 위기론’에 떠밀린 여권 투톱이 노골적인 주고받기를 통해 ‘2차 갈등’을 봉합하려는 것으로 비쳐진 하루였다. 그나마 이날 거래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갈등을 완전히 해소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전평이다.

연설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0일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에서 거리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20일 여권은 하루종일 급박하게 돌아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6시 49분 황 수석 사퇴 소식을 알렸다. 전날까지 황 수석 사퇴에 선을 긋던 것과는 다른 대응이었다. 곧이어 이 호주 대사의 귀국 소식이 알려졌다.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참석 명목으로 들어오기로 한 것.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여당 수도권후보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 소식을 전해듣자 “여러분이 실망하셨던 황상무 수석 문제라든가 이종섭 대사 문제,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회견 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0일 중앙당사에서 현안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윤 대통령이 여당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한 직후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을 겨냥해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례공천 명단 작성을 주도한 한 위원장측에 명단 수정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일단 “국민들께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셨다”(장동혁 사무총장)며 이 의원 주장을 반박한 한 위원장측은 이날 오후 늦게 수정된 명단을 공개했다. 수정된 명단에는 호남 출신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이 13번으로 포함됐다. 당선 안정권으로 꼽힌다. 당 사무처 출신의 이달희 전 경북 경제부지사도 17번으로 새롭게 들어갔다. 역시 당선 안정권으로 보인다. 이철규 의원이 ‘생소한 이름의 공직자 출신 2명’으로 지목한 당사자로 알려진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13번)은 21번으로 밀려났다. 강 전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 훈 변호사의 딸이다. 한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한 적이 있다. 친윤이 “한동훈 사천”이라고 주장했던 김예지(15번), 한지아(11번) 비대위원의 순번은 바뀌지 않았다.

한 위원장측이 비례 명단을 손봤지만 이 의원을 비롯한 친윤이 만족하고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이 당초 한 위원장에게 추천했던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과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백현주 국악방송 사장 등은 수정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측이 이 의원의 명단 수정 요구를 수용하는 것처럼 생색만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친윤 인사는 21일 “(한 위원장측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끝까지 명단에 넣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바뀐 명단으로 수습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