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수평? … 총선 뒤 여권 권력지형 ‘격변’ 예고

2024-03-21 13:00:18 게재

윤석열정권 2년 동안 ‘수직적 당정’ 고수 … 총선 앞두고 파열음

여당 “용산 때문에 폭망” “공천 이미 끝나” … “당이 주도권 행사”

친윤, 한 위원장 겨냥해 “두고보자” … 인사권·사정권 ‘위력’ 과시

윤석열정부 2년 동안 여권은 완벽한 ‘수직적 당정’ 체제였다. 대통령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당 대표는 쫓겨났고, 대통령실이 낙점한 대표가 탄생했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당정 간에 파열음이 반복되면서 총선 뒤 여권 권력지형이 큰 변화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수직적 당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겠지만, 여당은 주도권을 가져오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당정 간 권력투쟁 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1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2년 동안 여권 권력지형은 ‘수직적 당정’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이 친윤 지도부와 의원들을 앞세워 여당을 좌지우지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축출했고, 나경원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이 좌절됐다. 안철수 의원은 방해를 뚫고 당권 도전에 나섰지만 친윤이 총력지원한 김기현 의원 앞에서 중과부적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권 권력지형은 4.10 총선을 맞으면서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여당이 선거가 다가오자 “대통령실 때문에 못살겠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트리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이 터지면서 촉발된 여당의 불만은 ‘황상무 실언’과 ‘이종섭 출국’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형국이다. 총선 판세가 뒤집혔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수도권 후보들 사이에서 “대통령실은 제발 사라져달라”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이 뒤늦게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 카드를 꺼냈지만, 여당에서는 “만시지탄”이라며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여권에서는 총선 뒤 여권의 권력지형이 큰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수직적 당정’ 대신 ‘수평적 당정’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사실상 여당이 주도권을 가져오는 권력지형을 뜻한다.

근거로는 크게 3가지가 지목된다. 첫번째로 대통령실에 비판적인 여당 내 여론이 다수라는 점이 꼽힌다. ‘황상무 실언’과 ‘이종섭 출국’ 이슈가 터지자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실을 향한 분노가 폭발했다. 친윤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이 용(경기 하남갑) 후보까지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을 주장할 정도였다. 대통령실을 향한 여당 내 냉기류로 볼 때 총선 이후에는 대통령실을 향해 관계 재정립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다.

두번째로는 윤 대통령에게 더이상 여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윤 대통령 임기는 다음 총선(2028년) 전에 끝난다. 여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공천권 없는 대통령 눈치를 더이상 볼 이유가 없다.

세번째로는 한동훈 위원장의 존재감이다. 여당이 극한 위기에 몰렸던 지난해말 등장한 한 위원장은 ‘한동훈 효과’를 앞세워 여당 지지세를 상당부분 복원해냈다. 한 위원장은 공천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당내에 친한(한동훈) 세력이 상당히 구축됐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21일 “총선이 끝나면 당은 급속하게 한 위원장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이 여론을 업고 있고, 미래권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주도권을 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체제 4개월에 대해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백 논란과 공천 과정에 비쳐진 한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다”는 평가를 내렸을 법하다. 총선 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킬 것이란 시나리오가 점쳐지는 대목이다.

친윤 인사는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이 벌써 뒷방으로 물러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우리쪽(친윤)에서 한 위원장을 겨냥해 ‘두고보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선 뒤 사달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쪽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친윤이라는 정치적 자산 △내각·공공기관 등에 대한 인사권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 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권에서는 총선 뒤 권력지형은 총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민의힘이 압승한다면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이어가기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반면 여당이 패한다면 여당에서 먼저 ‘용산 책임론’을 앞세워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수순이 점쳐진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서로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면서 적정선에서 타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인사는 “당정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협조적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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