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부 강공에 의료계 내부 결속

2024-03-21 13:00:27 게재

전공의·의대생·교수·의협 대응책 논의 … 시민단체선 ‘환영 논평’

정부가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의과대학별 입학정원을 발표하자 의대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의사단체가 대책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의대 증원 갈등 과정에서 이들이 함께 회의를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강공에 의료계가 내부 결속을 다지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공식 발표하며 ‘정책 굳히기’에 돌입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오후 8시부터 2시간가량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결과를 안건으로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회의 후 “의대 교수 사직 관련 이야기를 가장 길게 나눴다”며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사직서를 내자는 쪽으로 거의 합의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을 듣고, 그들에게 우리의 의견도 전달했다”며 “앞으로 온라인으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으로 기존 142명에서 200명으로 전북대 의대 정원이 늘어난 20일, 전북대 의대 및 전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이 대학 본부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는 것” = 정부의 의대 증원분 배정안 공식 발표에 대한 의료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대 교육에는 여러 가지 실습 기자재와 첨단 장비와 고도의 숙련된 교수진이 필요하다”며 “오전, 오후, 야간반 의대를 하자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라 마치 대검찰청 특수부를 상대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지방에 의대정원을 집중 확대하면 지역민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 얄팍한 속셈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정부는 비현실적인 정책을 군사정권처럼 밀어붙이지만 대한민국의료는 되돌릴 수 없다”며 “마녀사냥식 개혁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대생 “물러서지 않을 것” = 대학별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일동 명의로 낸 성명에서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봤다.

동국대의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전공의와 학생들에 대한 불이익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일정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어 “수십 년간 수십조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하고도 현재의 인구감소를 해결하지 못한 보건복지부에서 폭력적인 의대 정원을 전문가 집단과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의대협은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협박과 겁박으로 의료계를 억압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휴학계를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환영 = 반면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과 배정 결과 공식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은 논평을 내고 “심각한 의사 부족과 지역 격차를 일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배출된 의사를 지역에 배치할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의사로서 우리나라 필수의료가 정상화하길 바란다면 응급실·수술실마저 비우며 환자를 사지로 내모는 나쁜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면서 “집단사직에 동참하기로 한 의대 교수도 진정 제자를 지키고 싶다면 전공의가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돌보는 게 제1의 책무임을 지도해달라”고 했다.

장세풍 기자·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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