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돈 푸는 정책에도 시장은 자금경색

2024-03-22 13:00:00 게재

총통화량 미국의 1.4배 … 실물경제 돈 흐르도록 시스템 정비 시급

중국의 총통화량(M2)은 2월 말 기준으로 299조5600억위안이다. 2월 M2 증가율은 8.7%다. 중국에 돌아다니는 돈이 300조위안 규모에 달한다는 의미다. 달러당 7.2위안 환율로 환산하면 150조위안인 미국 M2의 두배다.

물론 미국의 M2에는 10조달러 규모의 기업 예금이 빠져 있다. 미국은 현금과 요구불 예금인 M1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는 나라다. 이 기준으로 중국 M2를 환산하면 미국의 1.4배 정도다. 중국 M2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26조위안의 2.3배 수준이다. 미국의 M2가 GDP의 0.76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통화량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 M2가 100조위안을 돌파한 게 2013년 3월이다. 이게 200조위안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7년이다. 이 기간 GDP 증가액은 44조7900억위안이다. 100위안을 투입해서 44위안의 GDP를 증가시킨 셈이다. 2020년 1월부터 지난 2월 말까지 M2를 100조위안 더 늘린 4년 1개월간 GDP 증가액은 27조3500억위안이다. 100위안을 들여 27위안 벌었다는 계산이다. 빠르게 느는 통화량에 비해 생산효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데이터다.

중국의 M2를 늘린 동력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변경을 통해서다. 2001년부터 2014년 사이의 통화량 증가는 외화를 동력으로 했다. 이 기간 중국 기초통화는 3조4400억위안에서 29조4000억위안으로 8.5배나 급증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만큼 중앙은행에서 통화량을 늘린 결과다. 2014년 5월 기준 외화보유 규모는 27조위안이다. 중앙은행 자산 총액의 83%까지 올라갔던 시기다.

2014년 달러 집중매입제를 폐지한 것도 통화량 폭증을 막으려던 조치였다. 외화를 기업과 상업은행에서 자체 보유하면서 중앙은행 외화자산도 2021년 말 21조2800억위안으로 줄었다. 2014년 5월의 83%에 비하면 30%p 차이다. 외화보유를 줄이는 대신 공사채 등 채권 보유액은 1조3000억위안에서 12조8000억위안으로 8.8배 불어난다. 공사채는 상업은행이나 정책성 은행에 대한 대출담보다.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 감소와 채권보유액 증가율이 비슷한 이유다.

2015년 이후에는 부동산 거품이 통화량을 늘렸다. 상업은행과 정책성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확대에 나섰고 이게 통화승수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부동산 담보대출은 3조위안이나 증가했다. 시중은행에 통화량 확장의 길을 열어준 결과가 지방정부의 채무증가와 부동산 거품으로 나타난 것이다.

M2 확장권한이 중앙은행 손으로 회수된 게 2022년이다. 지난해 말까지 중앙은행 총자산은 45조6000억위안으로 5조3000억위안 늘어난 상태다. 기초통화는 32조9000억위안에서 38조9000억위안으로 6조위안 늘었다. 2년간 늘어난 액수가 이전 7년간 증가한 액수보다 2조5000억위안이나 많을 정도다. 중앙은행이 그동안 몰래 양적완화를 계속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을 정도다. M2 증가 원인을 따져보면 20년간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간 합작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정부 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

문제는 신용화폐의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풀수록 광의의 채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GDP를 넘어서는 화폐발행은 채무 리스크를 의미한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중앙정부 채무는 30조위안이다. 지방정부 채무는 40조7000억위안이다. 지방정부자금조달기구(LGFV)의 채무 57조8000억위안은 별도다. 정부 부채를 모두 합치면 128조5000억위안으로 GDP의 101% 수준이다. 지방정부 채무는 GDP의 78%다.

지방정부 부채율은 상업은행 대출의 결과다. 2007년에서 지난해까지 중앙정부 채무는 4.95배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정부의 부채는 14배 늘었다. 29배 늘어난 LGFV 채무는 별도다. 지방정부의 음성부채까지 따지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중국식 성장모델이 낳은 결과다.

중앙정부의 국채투자를 대동맥에 비유하면 지방정부는 부동산 특수채라는 동맥을 만들고 LGFV는 모세혈관을 이루는 격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고속철에 투자하면 주변의 공원 조성을 지방정부에서 담당하고 LGFV를 내세워 부동산을 개발하는 식이다. 지방도시까지 부동산 개발에 끌어들인 결과가 높은 부채율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신규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은 액수가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다. 신규로 늘어난 부채는 82%다. 가계도 비슷한 비율이다.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은 지난해 38조위안을 찍은 후 하락추세다.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사전 부채상환이 늘어난 탓이다.

중국정부는 인프라 투자를 위해 올해 1조위안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부채 가 많은 지방정부 대신 중앙정부가 부채 늘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초장기 국채발행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중앙정부의 부채율은 2020년부터 높아지는 추세다. 중앙재정 적자율은 70%에서 올해 83%로 올라갈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기금예산 수입은 1조위안의 초장기 국채발행을 포함해 1조4800억위안인데 지방으로 이전할 지출은 6153억위안 규모다.

이는 중국정부의 채무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중앙정부는 초장기형 국채를 저렴하게 발행해서 과학기술이나 도농복합발전 분야에 투자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대신 성급 정부는 시급 단위에서 발행한 채권을 채무로 전환해주고 신규 채무를 막는 중이다. LGFV 채권은 감축대상 1호다. 단기 리스크를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앙정부의 부채도 상업은행 몫이다. 중앙은행의 지준율 인하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자금 융통으로 상업은행의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상업은행은 이걸로 장기국채를 사야하는 구조다. 2013년 이후 2021년까지 상업은행의 국채 매입 비중은 60% 정도다. 2022년에는 이게 90%로 올라갔다가 지난해 80%로 약간 내려간 상태다. 하지만 국채수익률이 지속 하락하면 상업은행의 입지도 불안해진다. 실물경제에 기여할 능력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인플레이션 없는 건 아이러니

이렇게 돈을 푸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없는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 두달 간 늘어난 사회융자 규모만 8조600억위안이다. 그래도 실물경제엔 자금투입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태다. 시중 자금을 반영하는 M1 지표에도 변화가 없다. 2월 M1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다. M2 증가율과의 차이가 7.5%p에 이른다. 중국 중앙은행이 M1을 직접 늘리지 못하는 구조 탓이다.

인민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채권을 사들이며 시장에 직접 화폐를 주입하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다른 점이다. 대신 신용대출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다. 상업은행이나 정책은행을 경유해야 시중으로 갈 수 있는 구조다. 돈이 실물 분야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다.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성 은행을 통해 늘린 통화량은 작년 12월과 올 1월에만 5000억위안이다. 올해 1조위안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 자금의 최종 목적지는 지방 국유기업이다. 하지만 지방 국유기업은 자금확보에 적극적이지 않다. 자금을 확보한다 해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곳도 마땅치 않은 눈치다. 자금을 확보해 은행에 예치하는 게 최선의 투자법인 셈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방 국유기업이 토지를 확보하고 주민 보상과 이주에서 경매까지 처리하기엔 부담인 상황이다. 오히려 지방정부에서 자금을 확보해서 부채를 갚는 데 쓰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여기서 봐야 할 게 하나 더 있다. 중국개발은행 등 정책성 은행의 자본금은 정책성 금융채권에서 나온다. 상업은행은 이런 정책성 금융채를 매입하는 주체다. 그런데 국유기업의 투자동력이 떨어지다 보면 상업은행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성장잠재력 우수 분야도 자금수요 적어

종합하면 중국경제는 올해도 하강 중이다. 수요와 기대심리가 살아나지 못한 탓이다. 두달 간 부동산 개발업체의 투자를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 9%다. 분양주택 판매(-29.3%)나 개발업체의 자금조달(-24.1%)은 물론 청약보증금(-34.8%) 개인대출(-36.6%) 모두 경계경보 수준이다. 2월 말 미분양 부동산은 2016년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다. 과거 부동산이 민간 투자를 견인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자금수요가 늘어난 곳은 과기분야와 교통물류 정도다. 이 분야 대출금리는 1.75%다.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보다도 낮다. 연초 2개월간 첨단 기술 분야 대출은 10% 정도 증가한 상태다.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분야에서도 자금수요가 많지 않은 상태다. 시중의 돈을 실물경제에 흐르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시급하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