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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양회로 엿보는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

2024-03-22 13:00:01 게재

3월 5일부터 11일까지 중국 양회가 열렸다. 나온 결과로 볼 때 올해 전반적인 정책방향은 바로 2023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제시된 ‘이진촉온(以進促穩)’ ‘선립후파(先立後破)’ ‘온중구진(穩中求進)’이다.

먼저 ‘성장을 통해 안정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이진촉온’ 정책기조의 배경은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갈등이다. 트럼프정부에서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를 필두로 지금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안보를 자국 정책의 우선순위로 잡고 있다. 이는 미국정부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제기한 전략 마련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많은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세계시장 진출이 어려워졌고 해외기술 도입을 통한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정부도 선도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초격차 발전을 통한 경제적 안정을 하루빨리 실현해 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의 자립성을 높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번 양회에서는 ‘신질(新質)생산력’이라는 표현으로 이 부분이 강조되었다. 바로 중국의 공급망 역량, 안보 수준 강화와 혁신, 선진기술을 통한 신산업·신모델·신동력·신생산성 확보다.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변혁 및 미중 간 전략경쟁에 직면해 중국은 새로운 첨단기술 산업화를 가속화하고 현대적인 산업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올해 국가발전과 안보와 관련된 핵심기술에 집중하고 돌파구 마련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고 보면 된다.

가장 중요한 시그널은 ‘선립후파’

다음 중요한 키워드는 ‘선 구축 후 파괴’라는 의미의 ‘선립후파’다. 이는 대안을 마련한 후 기존 것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중국정부의 당면 정책방향의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다.

사실 ‘선립후파’의 배경은 중국정부의 강도높은 탄소중립정책 실행에서 오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2021년 너무 강하게 환경규제를 밀어붙이면서 전력 부족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당시 북부에서는 석탄채굴을 중단시키는 사태가 빈번했고, 장강경제벨트지역에서는 생태보호를 강조하기 위해 기초시설투자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탄소중립 달성은 한번의 전투에서 모든 결과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점진적 추진을 주문했다.

여기에서의 ‘선립후파’ 정책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 국가적 여건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것을 요청하지만 그 이전에 전통에너지(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서는 안됨을 강조하고 있다.

또 ‘선립후파’ 정책은 미래 첨단산업이 주도산업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대안없이 전통산업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해서는 안됨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중국경제의 발목을 잡은 부동산경제와 소비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정책대응 실패에서 나온 것이며 정책 당국자들에게 대안 있는 정책추진을 주문했다고 봐야 한다.

우선, 부동산 문제다. 중국정부는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강조하는 동시에 부동산기업들의 융자 수요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정부는 부동산정책 추진에 있어서 임대와 판매의 두가지 트랙(雙軌制)으로 돌리려고 한다.

부동산문제 해결과 관련한 ‘선립후파’ 정책의 의미는 바로 보장성임대주택제도가 ‘립(立)’되기 전에 주민들의 주택에 대한 일련의 과도한 구매제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시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면한 부동산위기를 해소하려면 우선 보장성주택건설 확대, 도심촌 개조와 인프라시설의 공공 및 민용 양면 활용 확대와 같은 ‘립’을 조성해 나가야 하는 동시에 한동안 부동산경제에 대해 지속적인 부양책을 펼쳐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소비문제다. 소비확대를 통한 중국경제 연착륙 시도는 ‘선립후파’ 정책 성공의 핵심고리다. 지난해 12월 정치국회의에서 소비에 대한 표현은 투자와의 순환관계에 중점을 두었는데 과거 몇차례 중요한 회의 중 처음 제기된 것이다. 이는 소비 중심의 경제운영 정책은 계속해야 하지만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사실 소비부족 문제는 어느 국가든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선도경제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직면하는 문제다. 과거 중국정부 정책에는 소비동력을 자극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았다. 소비주도형 성장모델 추진은 경제상황에 맞게 면밀히 실행되어야 할 문제인 동시에 산업고도화와 맞물려 진행해야 할 멀고 먼 과정이다. 지난 정치국 회의에서 언급한 ‘선립후파’ 정책의 ‘선립’, 즉 고소득산업을 ‘먼저 세워야’ 하는 전략적인 경제발전 문제라고 봐야 한다.

부동산·소비·첨단산업 정책도 선립후파

마지막으로 첨단제조업으로의 전환 문제다. 중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전통산업은 이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첨단 신산업으로 전환되어야 하기에 과학기술의 역할은 중국경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 특히 새로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 변혁 및 대국간의 전략경쟁에 직면해 중국은 신형의 공업화를 서둘러 추진하고 첨단산업체계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선립’해야 할 것은 고신기술(하이테크)과 고부가가치의 생산능력이다. 예를 들면 대형항공기 고속철도 반도체 신에너지 등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제조분야의 기술경쟁력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이 산업사슬 및 공급망의 회복력과 안보수준을 높이는 것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경제 전반적인 위험 저항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국정부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통산업의 변화와 업그레이드도 포함된 개념이어야 하기에 점진적인 과도기 기간 혹은 연착륙 기간이 필요하다.

정책(의사결정)에는 단기와 중장기 문제가 있다. 중장기는 당연히 성장동력 전환을 진행해야 한다. ‘현대화 산업체계’ ‘고품질 생산력(신흥 생산력)’ 구축을 통해 ‘과학기술-산업-자본’의 새로운 경제순환을 구축해야 하지만 이는 10년, 20년 심지어 더 긴시간 동안 해야 할 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안정성장과 고용안정이라는 단기관점에서 보면 전통산업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중국정부는 말한다. 쉽게 말해 좋은 것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배고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임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경제공작회의에서 제기된 ‘선립후파’ 중 ‘파괴해야 할 것’은 전통적인 과잉생산이어야 한다고 중국정부는 분명히 했다. 현재로서는 우선 전통산업의 안정적인 운영이 확보되어야 하며 전통산업의 오래된 순환사슬이 끊기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우대정책 실시와 생산자원의 투입을 더욱 균형있게 추진해 안정된 성장과 장기적인 성장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에서 ‘성장’ 궤도진입 적극 추진

결론적으로 중국정부는 2023년 리오프닝 첫 해의 불확실성에 대응한 경제 ‘안정’ 우선에서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성장’ 궤도로의 진입 추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거시경제 정책 선택에서 ‘과주기 조절(跨周期調節,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 경기회복의 둔화를 막는 전략)’과 ‘역주기 조절(逆周期調節,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전략)’을 적절히 강화해 경제의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이를 위해 경제학자와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중국경제 기대에 대해 부정적인 표현이나 전망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당신들이 중국경제가 계속 ‘무너진다’라든가 ‘경착륙된다’와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계속하면 경제는 기대심리이기 때문에 중국경제 악순환을 더 심각하게 만든다”는 논리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국 어바인대(UI)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