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소액주주들 주주행동 나섰다

2024-03-22 13:00:05 게재

김경배 사장 유임 반대 움직임

해운동맹·투자·매각 등 관심

이달 28일로 예정된 HMM 주주총회에 해운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HMM 소액주주들이 3% 의결권 모집을 목표로 세를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김경배 HMM 사장의 유임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액주주들, 3% 의결권 모집 나서 =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주주 600여명이 참석해 경영진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과 의견을 쏟아내며 주총장을 달궜다.

이들은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데, 삼성전자는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 경쟁력 때문인가”, “지난해에는 실적이 안 좋아서 주주 환원도 기대에 못 미쳤다. 올해 실적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확실하게 나아지나” 등을 캐물었다.

28일 서울 여의도 HMM 본사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인 HMM 정기 주주총회도 열기가 오르고 있다. HMM은 18일 매각협상 과정 등에서 목소리를 냈던 소액주주 홍이표씨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했다.

홍씨는 21일 내일신문에 “주주가치를 외면한 김경배 사장에 맞설 수밖에 없다”며 “임시주총도 소집할 수 있고 회계장부도 열람할 수 있는 의결권 3%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ACT) 앱을 통해 위임장을 모집 중인데 21일 오후 0.75% 정도를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회계장부를 살펴보고 회사자금 흐름에 의구심이 들면 그 부분을 파고들어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각 1, 2대 주주)를 법적 조치할 생각”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성명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18일 공시에 따르면 홍씨는 이번 주총 안건 중 제1호 의안 ‘(지난해)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제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제3-1호 의안 ‘사내이사 김경배 선임의 건’에 대해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HMM은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김경배 사장 등 사내·외 이사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을 안건으로 제출한 상태다.

◆방향 제시해야 하는 산은·해진공·HMM = HMM 경영진과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그리고 해운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도 HMM 경영방향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선사이자 유럽, 북미대륙 등을 연결하는 항로를 운영하는 유일한 선사인 HMM은 수출입 경제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기업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선사들이 진행 중인 해운동맹 재구성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처럼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유럽을 오가는 1항차 운항에 약 85일이 걸리는데 매주 1회 정기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12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유럽시장에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길 원하는 화주들 입장을 반영하려면 최소 주 3회 운송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36척의 선박을 갖춰야 한다.

아시아에서 북미서안(로스앤젤레스 등)으로 가는 항로는 1항차에 35일, 미주동안(파나마운하 지나 뉴욕) 항로는 50일 걸리고, 주1회 정기서비스를 위해서는 미주서안은 최소 5척, 동안은 7척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고려해 세계 주요 항로를 모두 연결하는 ‘월드와이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400만TEU 규모 선복량이 필요하지만 HMM은 현재 78만TEU 규모다. 내년까지 인도받을 선박을 모두 더해도 92만TEU 규모에 그쳐 단독으로 월드와이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취약한 구조다. 해운동맹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지만 HMM이 가입한 ‘디 얼라이언스’는 독일선사 하팍로이드가 동맹을 탈퇴해 머스크와 새로운 동맹을 맺기로 해 흔들리고 있다.

해운동맹 문제는 HMM의 선대구성 등 향후 투자방향과도 밀접히 연결된다.

매각 협상을 언제 재개할 것인지 등도 주요 관심사다. 하림그룹과 매각협상이 결렬된 후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2대 주주 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 상태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BIS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HMM 지분을 빨리 매각하려 하고, 2대 주주인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산업에서 차지하는 HMM 비중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쌍두마차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게 노출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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