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금리 각자도생…스위스, 선진국 중 첫 금리 인하

2024-03-22 13:00:17 게재

미국·영국 동결 속에 ‘깜짝’ 인하

일본·대만·튀르키예는 금리 인상

미국과 영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스위스가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인하에 나섰다. 반면 일본과 대만, 튀르키예는 금리를 올렸다. 최근 몇 년간 동행했던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행보가 각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각자 살길을 찾는 방향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스위스국립은행은 주요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사진은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스위스 국립은행(SNB) 본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9년 만에 금리인하 단행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전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SNB는 “지난 몇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당국이 물가 안정이라고 생각하는 범위 안에 들었다”며 “새로운 예측에 따르면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이 이 범위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물가상승률은 1월 1.3%, 2월 1.2%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NB는 이날 새롭게 발표한 물가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 물가는 1.4%로 기존 (1.9%)보다 하향 조정됐다. 또 2025년과 2026년도 1.2% 및 1.1%를 전망하는 등 향후 몇 년간 2% 미만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향후 추가 인하도 전망했다.

스위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다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들어간 최초의 선진국이 됐다. 스위스는 2022년 3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작년 9월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깜짝 금리인하로 스위스 프랑은 유로 대비 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고 스위스 국채수익률도 하락했지만 취리히 증시는 상승했다.

멕시코 중앙은행 또한 이날 최근의 물가 상승률이 목표에 수렴하고 있다며 11.25%에서 11.00%로 금리를 내렸다.

한편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 주택 담보 대출에 적용되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5년물 대출 우대 금리(LPR)를 연 4.2%에서 연 3.95%로 전격 인하했다. 금리 인하 폭은 역대 최대였다. 그만큼 중국은 경기 부양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영란은행도 5회 연속 동결 = 미국과 유럽, 영국은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스위스를 시작으로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속에서 수 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를 조만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영국 중앙은행(BOE,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5.25%로 5회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소수 의견에 금리 인상 의견이 사라지면서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는 높지만, 둔화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BOE도 향후 인상보다는 인하로 돌아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은 BOE가 6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 또한 이달 초 금리를 동결한 후 6월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2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한 미 연준 또한 첫 금리 인하는 6월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70%대로 크게 높아졌다.

◆통화정책 정상화 … 물가 억제위해 금리 인상 = 반면 금리를 올리는 나라들도 있다. 21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이유로 금리를 45.0%에서 50.0%로 인상했다.

2월 소비자물가의 연간 상승률이 67%를 기록했음을 고려했다.

같은 날 대만 중앙은행 또한 인플레 압력 등을 우려해 금리를 1.875%에서 2.00%로 인상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연 -0.1%로 마이너스(-)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했다. 작년 일본 소비자물가(신선 식품 제외)가 3.1% 상승하며 일본은행 목표(상당 기간 2%)를 뛰어넘는 등 고질적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침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도요타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국제금융센터는 “시장은 이후 얼마나 빠르게 금리가 상승하게 될 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임금 및 물가 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갈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확대 반영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소기업 춘투 결과(3/22일 2차, 4/4일 3차 집계), 4월 금정위 경기 및 물가 전망 수정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