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소환 촉구에 공수처 난감

2024-03-22 13:00:23 게재

조사해도 실익 없는데

안 부르면 여권 공세 부담

‘도피 출국’으로 논란을 빚다 귀국한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압박에 나섰다. 공수처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그를 조사할 단계가 아니어서 조사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귀국한 이 대사의 변호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공수처에 (이 대사의)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조사 기일 지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낸 데 이어 재차 추가 의견서를 내고 신속한 소환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 대사측은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며 고발내용 자체로 충분히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공수처가 출국금지를 연장하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왔고, 충분한 조사 준비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제 답은 공수처가 해야한다”고 하는 등 여권에서도 공수처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윗선’인 이 대사를 조사할 만큼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는데 아직 압수물 분석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 단계에서 이 대사를 소환해도 실효성 있는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

다만 공수처가 이 대사에 대한 조사를 늦출 경우 여권으로부터 ‘수사 준비도 안됐는데 출국금지만 연장하며 논란을 키웠다’는 식의 공격을 받게 돼 부담이다.

공수처는 “소환조사 촉구서를 접수했고, 수사팀에서 검토하겠다”고 만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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