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패착→패배, 4년마다 ‘자만의 법칙’ 되풀이

2024-03-22 13:00:30 게재

자만한 여야 번갈아 ‘공천 내분’ ‘이종섭 출국’ ‘실언’ 패착

2016년 새누리당 180석 자신하다 ‘공천 파동’ 자초 ‘패배’

민주당 2012년 ‘계파 갈등’·2004년 ‘실언’으로 의석 날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에서 되풀이되는 법칙이 있다. ‘자만의 법칙’이다. 판세가 유리하다 싶으면 여야 누구든 자만에 젖기 마련이고, 자만한 여야는 패착을 두기 십상이다. 패착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4.10 총선을 앞둔 여야도 경쟁적으로 ‘자만의 법칙’을 되풀이하고 있다.

22일 정치권은 야권 인사들의 ‘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유튜브방송에서 여권을 겨냥해 “미친X들인 게 (지지율) 40%가 높은 것이냐”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유 전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욕설 섞인 막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당 후보는 “200석을 만들면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박 단장은 “200석이란 오만함 속에 탄핵이라는 야망을 드러냈다”고 반박했다. 총선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자 야권에서 ‘선 넘은 발언’이 잇따른다는 지적이다.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장조차 21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개인적 언급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여권도 자만에 젖어 먼저 패착을 뒀다는 해석이다. 지난 1~2월 민주당 ‘공천 내분’의 반사이익에 힘입어 여권이 우위에 섰다는 관측이 유력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돌연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다. 야당은 “피의자를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지난해말까지 압승론에 젖었던 민주당도 올해초 ‘공천 내분’이란 패착을 두기도 했다.

‘자만의 법칙’은 역대 총선마다 되풀이됐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에 힘입어 압승을 자신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0석은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자만한 여권은 ‘진박공천 파동’을 자초했다. 총선은 민주당 승리로 끝났다.

2012년 총선을 앞둔 야권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20%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낙관론에 젖은 야권은 계파 갈등에 빠졌다. 여당이 과반을 넘겼다. 2004년 집권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200석을 넘길 것이란 낙관론에 빠졌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란 노인 폄하 발언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겨우 넘겼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용산이 판세가 유리하다싶으니까 이종섭 대사를 임명하는 무리수를 뒀지만, 야권도 이긴다싶으니까 실언을 쏟아낸다”며 “총선까지 3주나 남았다. 여야 누구든 자만에 젖는 순간 판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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