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부 “대화” 손짓…의대교수들은 사직 강행

2024-03-25 13:00:37 게재

정부 “의료계 대화 위한 실무 작업”

전의교협 “입학 정원 철회해야 대화”

고대 의대 교수들 사직 “정부 책임”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처리 모색”을 지시하는 등 주말 사이 정부 기류가 ‘타협’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 일각에선 정부와 의료계 사이 극한 충돌 국면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고려대 의대 교수들이 25일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기존 방향을 고수하면서 정부가 던진 공을 의료계에서 튕기는 형국이 됐다.

2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본부대책회의 모두 발언에서 “어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여당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한발 물러서게 된 데는 지난 주말 여당이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의교협 간부들과 간담회를 열고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하며 한 위원장의 중재 방안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무총리실도 바로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계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접근을 할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유화 분위기가 두드러지만 ‘의대 2000명 증원’ 관련해서는 물러서지 않아 의정갈등의 새 국면이 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의대 증원 관련한) 정부 입장 변화는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최대 관건인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도 적극 화답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의교협은 이날 오전 입장문에서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 위기는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들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전공의에 대한 처벌은 의과대학 교수의 사직을 촉발할 것이며,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하였다”면서도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대화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부족한 근거와 왜곡된 수치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에 따른 의료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들의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질타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에 “무대책의 대책 말고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의사들에게는 “교수 1명이라도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것은 환자에게는 사형선고”라며 “제자에게처럼 환자에게도 애정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해법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형선 이재걸 장세풍 김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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