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추가 하락 시 손실 최대 8조7천억원 예상

2024-03-26 13:00:01 게재

부채비율 300% 이상 2곳 → 7개사로 증가 … 잠재손실 A급 건설사에 집중

PF우발채무·미분양 부실에 주목해야 … 올해도 신용 등급 하향 압력 여전

‘4월 위기설’이 나오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건설사들의 손실규모는 최대 8조7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부채비율이 300% 이상인 곳은 현재 2곳에서 7개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높은 공사원가 부담에 미분양으로 공사대금 회수도 지연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잠재손실은 신용등급 A급 건설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안정성 크게 저하 = 한국신용평가는 25일 여의도에서 건설업 신용 이슈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신용등급 AA급 건설사 17개사를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당사 유효등급 보유 건설사 중 AA급(현대건설, DL이앤씨)과 태영건설을 제외한 17곳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A~BBB급 건설사 PF보증 15조9000억원 중 잠재손실은 4조4000억~6조5000억원, 미회수 공사대금 관련 부실 규모는 1조5000억~2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BBB급은 신용도 제약 등으로 통상 PF보증규모 크지 않아 대부분의 잠재손실이 A급 건설사에 집중됐다.

이는 추가적인 경기 하락을 가정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PF보증과 미분양(책임준공)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전체 손실 규모 추산한 것이다.

테스트 결과 잠재부실 반영시 일부 건설사의 재무안정성은 크게 저하됐다. 건설사들의 합산 부채비율은 현재 188.2%에서 281.7%까지 상승하고, 부채비율 300% 초과업체는 현재 2곳에서 7곳으로 증가했다.

◆위험 수준 높은 PF보증 44% = 한신평에 따르면 유효등급 보유 20개사 건설사 합산 PF보증규모는 30조원(도급 20.1조원, 정비 9.9조원,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포함)으로 전년 말 대비 약 15.6% 증가했다. 분양경기 침체로 인한 착공 연기, 본PF 전환 지연 등으로 미착공 PF보증이 해소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업성 저하로 인한 PF 부실 우려 본격화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정부의 PF 구조조정 추진으로 기존 PF 차환 리스크뿐만 아니라 PF보증 현장의 사업성 저하로 인한 부실 우려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태영건설을 제외하고 작년 말 기준 건설사의 합산 PF보증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도급사업 중 분양 부진 착공사업장, 지방 주택, 비주택 미착공사업장 등 리스크가 높은 현장이 약 12조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사업별로 보면 미분양 가능성이 작아 위험도가 낮은 정비사업 PF 보증이 2017년 5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9000억원으로 4조8000억원 늘어나는 동안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큰 도급사업 PF 보증은 9조5000억원에서 20조1000억원으로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등을 뜻하는 정비사업에 비해 시행사가 땅을 직접 매입해 건설사가 시공하는 도급사업은 경기 침체기에 미분양 리스크 등이 더 크다.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절차)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을 제외한 건설사 19곳의 PF 보증 26조9000억원 중 고위험 PF 규모는 11조7000억원(44%)이었다. 착공한 도급사업 중 분양률이 50% 미만인 곳, 미착공 도급사업 중 지방 주택·비주택 사업장이 해당한다.

개별 건설사 중에는 롯데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전체 PF 보증과 도급 PF 보증이 지난해 말 각각 204.0%와 168.1%로 분석 대상 중 가장 높았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5조4000억원(정비사업 9000억원 포함)에 이르는 PF우발채무는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고, 미착공사업장 비중이 높아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이 크다”며 “PF보증 제공 사업장의 진행과정 및 PF우발채무 규모와 관련한 비경상적 손실가능성은 신용도 관점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본격화되는 PF 구조조정 = 한편 금융투자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정부는 PF 연착륙, 미분양 해소 방안 등 부동산 경기 안정화 정책을 담은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이 나타나는 가운데, 정부가 공공부문 공사비 증액을 통해 사업 속도를 올리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부동산 PF발 ‘4월 위기설’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월 위기설이란 정부가 다음 달 10일 총선 이후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건설사가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여기에 자금이 물린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저조한 분양경기에 공사대금 회수는 지연되고, 고금리 및 투자심리 냉각 등 길어지는 부동산 업황 부진에 건설사 유동성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4월 등 3개월 단위로 PF위기설이 도는 이유는 단기 PF가 3개월 단위로 만기가 연장되고 있고, 금액이 크게 축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은 4월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개정안 관련 내용을 공표할 예정”이라며 “이는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을 경·공매 등으로 정리 및 재구조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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