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정책 경쟁, 실제론 ‘돈의 전쟁’

2024-03-26 13:00:02 게재

총선 D-15 거대 양당, 표심 노린 ‘현금성 지원’ 정책

국민의힘 세 자녀 대학등록금 면제, 민주 1인당 25만원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양당이 ‘민생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정책선거’를 지향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 보면 표심을 노린 현금성 지원 정책이 다수라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파격적인 저출생 공약을 내놨다. 저출생 대책의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한선 폐지, 다자녀 기준을 현행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변경 등 각종 안이 포함돼 있었지만 가장 눈길을 끈 정책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 위원장 발표 후인 이날 오후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브리핑을 자청해 새롭게 내놓은 저출생 공약을 자세히 설명했다. 다자녀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변경할 경우 현재 세 자녀 가정이 받던 전기요금,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필요 재원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세 자녀 가구의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와 관련해선 면제대상이 34만명, 재원규모는 1조45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두 자녀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대학등록금 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홍석철 격차해소특별위원장은 저출생 공약을 재차 발표한 배경으로 “통계청에서 (국민의힘 저출생 공약 발표 후인) 2월 말에 합계 출산율을 0.72라고 발표했고, 더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당내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출생의 심각성이 더이상 두고볼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더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인당 25만원 지급’ 공약이 이날 공약 발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놓고 돈 뿌리는 정책을 내는데 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을 공약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게는 1인당 10만원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코로나19 당시 지급한 재난지원금과 유사한 성격의 자금지원으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을 지원하고 지역경기도 부양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며 맹공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25일에도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닌가”라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건 책임있는 정치인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세 자녀 등록금 전액 면제 공약도 ‘현금성 지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이 자기 공약은 민생 공약이라고 포장하면서, 상대 당 공약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깎아내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철 위원장은 등록금 전액 면제 공약이 ‘현금 지원성’ 공약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완전 다르다”면서 “다자녀를 키우는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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