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영장 기각

2024-03-29 13:00:19 게재

법원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판단 어려워”

‘7억원대 금품수수 의혹’ 수사 차질 불가피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7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을 면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전 전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수사의 경과에 비춰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할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전 전 부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용인시정연구원 원장 등으로 재직했던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6개 업체로부터 권익위 민원과 지자체 인허가 등 관련 청탁을 알선하는 대가로 총 7억5888만원을 수수하고 고급 승용차를 교부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가운데 1억여원과 승용차는 경기도 용인 상갈지구 부동산 개발 인허가 담당 공무원 청탁 알선 대가로 백현동 개발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전 부원장에게는 2017년 1~7월 온천개발업체로부터 권익위 민원 의결 등 권익위 활동 직무와 관련해 26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전 전 부원장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불법 청탁이나 민원 해결 대가가 아닌 동업·협업 관계에서 이뤄진 적법한 금전거래였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부원장은 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도 “권익위 비상임위원을 하면서 해결해주고 돈 받은 게 없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온천개발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 처리와 연결된 게 아니고 다른 일을 같이 하기로 하면서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법인으로부터 급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발굴과 관련해 협업을 하면서 같이 일하는 대가로 여직원 급여 등 사무실 최소 운영비를 주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전 전 부원장이 수사과정에서 뇌물을 준 것으로 지목된 인사에게 전화를 거는 등 각종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져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불가매수성을 침해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할 뿐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증거인멸이 이뤄지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현저한 점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신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를 고려하면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주거가 일정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해왔으며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전 전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권익위 민원 해결 및 인허가 청탁 경위와 대가관계 등을 규명할 방침이었으나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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