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투표’ 비율 급등, 실제 투표율도 상승하나

2024-03-29 13:00:32 게재

중앙선관위 매번 유권자조사, 18대 이후 상승세 이어져

실제투표율과 ‘투표 의향’·‘선거 관심도’와 동조현상 뚜렷

50세이상 투표결집력 급등 … 2030세대 투표율 하락 예고 4050세대·6070세대의 ‘세대투표’, 보수진영에 유리할 수도

거대양당의 지지층 결집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4.10 총선투표율이 4년 전보다 상승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특히 고령층의 투표 의지가 매우 강해 투표율 상승에 따라 세대투표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방식으로 22대 총선에 대한 관심도를 물어본 결과 83.3%가 ‘관심 있다’고 답했다. 이는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에 앞서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81.2%보다 2.1%p 오른 수치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 ±2.5%p) 투표의향을 물은 질문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 대답이 76.5%로 21대 총선 직전의 72.7%보다 3.8%p 뛰었다.

과거 사례를 통해 보면 투표에 대한 관심도와 투표의향 상승은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추세대로 가면 투표율 상승할 듯 = 2004년 17대 총선 직전에 물어본 유권자인식조사에서 ‘적극 투표 의향’을 드러낸 유권자 비율은 61.5%였다. 18대 총선을 앞두고는 51.9%로 떨어진 후 19대 56.9%, 20대 63.9%로 올랐고 20대와 21대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 역시 ‘적극 투표 의향’과 같은 그래프를 그렸다. 17대에 64.7%를 기록하고 18대엔 58.9%로 떨어진 후 곧바로 반등, 19대 65.6%, 20대 70.8%에 이어 21대와 22대에서도 뛰어 올랐다.

이는 등락 폭의 차이만 있을 뿐 실제 투표율과 연동하는 동조현상을 보여줬다.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였고 18대엔 46.1%로 14%p 이상 추락했다가 19대에 상승세로 돌아서며 54.2%를 기록했다. 이후 20대 58.0%, 21대 66.2%까지 상승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2대 총선 역시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거대양당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공천 과정 등에서 혁신이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계파 싸움’과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에 투표장에 가지 않는 유권자가 많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거대양당으로의 지지층 결집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오히려 투표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층의 강력한 결집력뿐만 아니라 4050세대의 ‘정권심판’ 여론이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계산법’이 이번에도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고령층의 투표 참여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세대투표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70세 이상 ‘반드시 투표’ 90.8% = 연령별 투표율과 ‘적극 투표 의향’의 경우에도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 비중과 비슷한 투표율을 보였다. 30~40대의 경우엔 ‘적극 투표 의향’보다 실제 투표율이 크게 낮았고 20대의 경우엔 ‘적극 투자 의향’보다 실제로는 투표장에 더 많이 나가는 경향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70세 이상 중 ‘적극 투표 의향’을 가진 유권자가 90.8%에 달했다. 4년 전 82.5%에 비해 8.3%p 높은 수치다. 60대 역시 83.8%에서 86.8%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20대와 21대 투표율이 60대의 경우 각각 71.7%, 80.0%로 ‘적극 투표 의향’ 비율보다 1.1%p, 3.8%p 낮은 수준에 그쳤다. 86.8%를 보인 올해는 80% 중반까지 오를 수도 있다. 70대 역시 투표율이 20대와 21대에 각각 73.3%, 78.5%로 70세이상 ‘적극 투표 의향’ 비율보다 0.5%p 높거나 4.0%p 낮게 나오면서 강력한 동조화를 보였다. 따라서 90.8%에 근접한 올해 ‘적극 투표 의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올 수도 있다.

60세 이상이 전통적으로 ‘보수우위’ 세대로 분류되는 반면 대표적인 ‘진보 우위’ 세대로는 4050세대가 꼽힌다. 50대 투표율은 17대의 74.8%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대에 60.8%까지 하락한 이후 지난 21대에서 71.2%까지 회복시켰다. ‘적극 투표 의향’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면서 20대에 65.4%로 하락했지만 21대엔 73.8%로 상승했고 이번엔 84.2%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40대에서는 투표율과 함께 매번 상승세를 보여줬던 ‘적극 투표 의향’이 이번엔 77.0%로 4년 전의 76.9%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050세대와 6070세대 간의 진보와 보수의 ‘세대 투표’ 대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에 다소 부정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2030세대 투표 향방이 관심이다. 적극 투표 의향만 보면 2030 투표율은 하락 가능성이 엿보인다. 18세와 19세를 포함한 20대의 ‘적극 투표 의향’ 비율은 4년 전 52.8%에서 52.3%로, 30대의 경우는 71.3%에서 65.8%로 하락했다. 18대 총선 이후 상승세를 이어왔던 2030세대의 투표율이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30세대의 경우엔 투표율이 낮아진다 해도 투표 경향이 진보편향이나 보수편향에서 벗어나 있어 승패를 가르는 가늠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유권자 비율이 4050의 경우 37.4%, 6070의 경우 31.4%로, 투표율을 적용하면 거의 동률”이라며 “청년세대가 모든 선거의 운동을 가르는 결정자로 떠올랐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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