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충돌 해운·조선 영향 긴장

2024-04-01 13:00:02 게재

운항일정 준수, 오염 연료 여부 등 사고원인 분석 주목 … 물류 정체가능성은 적어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컨테이너선이 미국 동부 볼티모어항 교량과 충돌하면서 6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항만이 임시 폐쇄됐다. 역대 최고 보상이 필요한 사고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경제와 기업에 미칠 파장도 주목받고 있다.

선박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은 1일 현재 사고 관련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2015년 선주(싱가포르 그레이스 오션)에게 인도한 선박으로 책임보증기간(1년)이 끝난 선박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선박 운영 관리를 위한 기자재 공급이나 유지보수 서비스 등도 최근 1~2년 안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했다.

하지만 사고원인 분석 과정은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발행한 ‘볼티모어 선박-교량 충돌 사고 코멘트’에서 “2015년 인도 후 보증기간을 훌쩍 지난 동 선박은 조선소의 손을 떠난 지 오래”라면서도 “현대중공업이 부품공급이나 관리에 일부 참여했을 수도 있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화물선 달리호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하면서 교량이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볼티모어항은 임시 폐쇄됐다. 사진 연합뉴스

사고 선박의 추진을 담당하는 주엔진은 독일 만(MAN)의 라이선스로 현대중공업이 제작했고, 발전 등에 사용하는 보조엔진은 현대중공업 자체 브랜드인 힘센엔진이다.

기관고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하더라도 책임보증기간이 끝난 조선소보다 운항상 무리한 일정이 사고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분석대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해운조선분석기관 클락슨에 등재된 사고 선박의 운항 기록을 분석, 무리한 운항일정을 제시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2020년 중국 수리조선소에서 두 달 동안 스크러버(탈황설비) 개조작업을 한 후 2021년부터 고강도 운항을 지속했다. 2017~2019년에는 평균적이거나 평균 이하의 운항 일정을 준수했지만 최근 3년간 평균 운항 거리는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19.8% 많고,1회당 운항거리는 48.1% 늘었다. 무리한 운항일정으로 수리나 관리를 제대로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염된 연료를 사용해 동력기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7일 기사에서 “석유 및 가스 업계의 베테랑 수석 엔지니어이자 휴스턴 기반의 회사 딥워터 프로듀서스의 최고경영자 제럴드 스코긴스는 오염된 연료가 선박의 주 발전기로 연결되는 필터를 막아서 전력 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 보상액이 나올 수도 있는 사고여서 선주상호보험이나 재보험사들은 사고원인을 둘러싸고 꼼꼼하게 조사할 수 있다”며 “현대중공업 측도 사고와 연관된 책임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사고원인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항 임시 폐쇄로 인한 물류차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지난달 28일 발행한 ‘볼티모어항 교량붕괴로 인한 해운시장 영향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글로벌 해운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진공 보고서 따르면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물동량은 글로벌 시장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북미 자동차 수입에도 영향은 적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볼티모어항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볼티모어항이 임시폐쇄되면서 인근 뉴욕·뉴저지항만 등 주변 항만 물동량이 증가할 수 있다. 항만 가동은 수로를 확보하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6~7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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