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숨&푸른 숲

몽골 회오리바람 변화로 모래먼지 폭풍 피해 커져

2024-04-01 13:00:04 게재

평년보다 황사 발원 증가 가능성

유역단위 산림관리 중요성 높아져

올해도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왔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황사 역시 이 때문에 심해진다는 얘기들이 정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황사 발원지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사항은 없다. 달라진 발원지 환경이 어떤 기류에 실려오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흐름이다. ‘푸른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 가치관에 기반을 둔 푸른숲과 에너지 정책에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

1일 중국 베이징의 가오 후이(高辉) 국가기후센터 수석예보관이 주도한 연구 ‘중국의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에 대한 몽골 회오리바람의 지배적인 순환 패턴과 이동 경로’에 따르면,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이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강한 북풍에 몽골 회오리바람이 영향을 미쳤다. 이 몽골 회오리바람이 굉장히 느리게 동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피해를 키운다는 분석이다. 몽골 회오리바람은 중국 북부와 몽골을 비롯한 동아시아 북부 지역에 분포하는 전형적인 온대저기압이다.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규모와 빈도는 행성 규모의 순환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이는 곧 인접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은 건조 지형에서 발생하는 모래를 동반한 강력한 바람이다.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이 형성되려면 모래나 먼지와 같은 요소들과 강한 북풍이나 불안정한 성층 움직임 등이 필요하다.

올봄 첫 황사유입, 미세먼지에 가려진 남산 올봄 첫 황사 유입으로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기록한 3월 17일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남산이 미세먼지에 가려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강도 기간 반등 = 황사 발원지는 주로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 고원 등지다. 이들 지역은 모두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해지는 등 지역 사막화가 가속화하면서 바람 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황사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 등에 따라 황사 피해 정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몽골 회오리바람이 더 북쪽으로 이동하면 더 큰 기압 구배(대기 온도 차이에 따른 고기압과 저기압의 경사도)로 인해 서쪽의 북풍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모래를 중국 북부로 날려 가시성(눈에 보이는 정도)이 훨씬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 북부 지역의 주요 기상재해 중 하나인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강도와 기간이 모두 반등하는 추세다. 논문 ‘중국의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에 대한 몽골 회오리바람의 지배적인 순환 패턴과 이동 경로’에 따르면,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발생 평균 기간은 2000~2006년 약 3.5일이다. 2007~2015년에는 2.7일로 단축됐다. 하지만 2016~2023년에는 4.6일로 반등했다. 이는 2000~2023년 중국 북부에서 확인된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 34건을 분석한 결과다.

발생 시기도 달라졌다. 최근에는 이른 봄에 극심한 모래먼지 폭풍이 주로 발생했지만 그 이전에는 봄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과학학술지 ‘대기 연구(Atmospheric Research)’에 실렸다.

◆봄은 물론 가을과 겨울에도 황사 발생 =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황사 발생 횟수는 2000년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대 들어서 봄철 황사 발생 횟수가 줄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종전과 달리 봄철뿐만 아니라 가을과 겨울철에도 발생하는 등 여름을 제외하고 계절에 관계없이 영향을 미친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2021~2023년 전국 봄철(3~5월) 평균 황사일수는 7.9일로 평년(1991~2020년) 5.4일보다 증가했다. 지난 33년(1991~2023년)동안 봄철 전국 평균 황사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1년으로 20.8일이다. 평년 전국 평균 5.4일보다 4배가량 많았다. 이들 수치는 모두 서울 춘천 강릉 대전 청주 등 10개 관측 지점에 대한 황사일수 평균값이다.

케이웨더는 “최근 황사 발원지 대부분이 고온건조한 가운데 강한 상승기류를 유발하는 저기압 발달 및 이동 통과로 평년보다 황사 발원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발원하는 황사의 국내 영향은 당시 기압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월 28일~29일 황사 이후 5월까지 강한 북서 기류를 따라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보했다. 평년은 지난 30년간 기후의 평균적 상태다.

미세먼지 수준이 ‘나쁨’을 기록한 3월 17일 서울 광나루한강공원 주위로 황색 먼지띠가 보인다. 사진은 드론으로 구형 파노라마 촬영 뒤 편집. 연합뉴스

◆통합적으로 환경을 보는 관점의 전환 = 황사를 막기 위한 많은 노력들 중 하나가 나무심기다. 사막지대에 나무를 심어 건조한 환경을 완화해 덜 황사가 발원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실효성 논란 등 여러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은 있지만 산림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림 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산림을 유역단위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산림은 하나의 유역에 형성된다. 하지만 이를 인간의 편의에 따라 수백 또는 수천개 지번들로 쪼개져 관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좋은 산림 정책이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산림을 관리해야 하다는 주장이다.

3월 28일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임반(고정구획단위로 산림골격 형성)이나 소반(최소구획단위) 등으로 산림을 구획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유역단위 산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유역단위로 생활을 해왔고 생태적 문화적 경제적 부분들이 상당수 이 단위를 기반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에 타당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역단위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관련 연구들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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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먼지 폭풍 = 지역이나 국가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흔히 황사(Asian dust)라고 부른다. 이집트의 사막지방에서 봄철에 부는 모래먼지 폭풍은 캄신(khamsin) 혹은 함신이라 불린다.

황사는 먼지연무의 일종이다. 주로 동아시아 대륙의 사막과 황토지대에서 일어난 모래 먼지가 온 하늘을 덮고 떠다니며 서서히 하강하는 현상이다. 심할 때는 하늘이 황갈색으로 보이고 햇빛이 흐려지며 노출된 지면이나 지물에 흙먼지가 쌓이는 수도 있다.

황사관측은 세계기상기구(WMO) 권고에 따라 목측(맨눈으로 관측)으로 하지만 황사특보를 위해 계기 관측 결과를 활용한다. 황사로 인해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00㎍/㎥ 이상 △2시간 이상 지속될 걸로 예상 될 때 황사경보가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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