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이스라엘의 전쟁과 점증하는 반유대주의

2024-04-02 13:00:00 게재

지난달 22일 미국내 유대인 선출직 공무원 중 최고위직인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난하면서 그를 대신할 선거를 요구했다. 유대계 유권자가 20% 이상인 뉴욕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인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중동 평화의 주요 장애물”이라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5개월이 된 이스라엘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리더십과 그의 우파 집권연합을 비난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세를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슈머 의원의 연설은 미국의 선출직 고위 공무원이 지금까지 내놓은 것 중 가장 신랄한 비판이었다.

이 연설은 민주당원들, 특히 진보주의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희생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슈머 의원은 자신이 이스라엘의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네타냐후 연정은 10월 7일 이후 더 이상 이스라엘의 필요에 맞지 않다.” 슈머 의원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날을 언급했다. “그 이후로 세상은 근본적으로 변했고, 이스라엘 국민들은 과거에 얽매인 통치 비전에 의해 지금 억압받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유일한 해결책은 평화 안보 번영 존엄성을 동등하게 보장받으며 이스라엘과 나란히 사는 비무장화된 팔레스타인 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거부해온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현 연정이 계속 집권한다면 “미국은 현재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우리의 영향력을 사용함으로써 이스라엘 정책을 형성하는 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반유대주의 비율 늘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1964년부터 정기적으로 미국민들의 반유대주의적 태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유대주의가 나이 든 미국인들 사이에서 더 강하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약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발견했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수용적일 것이라는 측면 때문에 이해가 되었다. 또 이들이 나이가 들면 반유대주의가 희석될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했다.

그러나 ADL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11가지 고전적인 반유대주의 비유에 동의하는 정도를 물었을 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태어난 세대)가 평균 5.37개로 가장 반유대주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가 5.01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젊은세대의 반유대주의는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말 태어난 세대)의 4.19와 베이비붐 세대(2차대전 이후~1960년대 중반 태어난 세대)의 3.16을 앞질렀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반유대주의가 급증하면서 전체 국민 내에서의 반유대주의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9%만 광범위한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11가지 문항 중 6가지 이상에 동의한 비율). 이것이 2022년에는 20%, 최근에는 24%로 급증했다.

ADL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테러 이후 3개월 동안 미국에서 3291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1%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유태인 학교와 유대교 회당에 대한 폭탄 위협, 대학 캠퍼스 내에서의 유태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 집회 주변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폭행 등이 포함된다.

이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점에 지각변동이 있었음을 반영한다. 오늘날 Z세대의 17%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책이 “이스라엘 국가의 종식이어야 한다”는 반시온주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2%에 불과했다. 또한 미국인의 25% 이상(Z세대의 절반 이상)은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에 등 돌리는 아랍계 미국인들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만세.” “바이든, 바이든, 숨을 수 없다. 우리는 당신들을 대량학살 혐의로 기소한다.”

최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시내 강변에서 열린 집회에서 수천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했다. 이 행사에서 미시간주 민주당 하원의원 에이브러햄 아이야시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건국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명을 무시하는 신호라고 주장했다.

아랍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민권운동가인 나세르 베이둔은 공화당원에서 민주당원으로 전향했으며 현재 공석인 미시간 상원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2020년 바이든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과 다른 아랍계 미국인들을 실망시키고 있으며 이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는 “미시간은 바이든에게 압도적인 표를 안긴 선거구다. 하지만 이제 그는 이곳에서 지고 있다”며 “그가 재선되고 싶다면 미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럴 준비가 안돼 있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시간주의 많은 아랍계 미국인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했고, 바이든이 격전지를 장악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꺾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P통신은 2020년 대선 당시 전국 무슬림의 64%가 바이든을 지지했고, 35%는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계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미시간주의 카운티에서는 유권자들이 70% 정도의 격차로 바이든을 찍었다. 미시간에서 바이든은 15만4000표 차이로 트럼프에게 승리했다. 이 주에는 20만명 이상의 무슬림 등록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30만명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이라고 주장한다.

미시간주 하원 원내대표 아이야시는 디트로이트 집회에서 “우리에겐 정치적 힘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만약 당신들이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당신들의 정책이 폭력과 피해를 영속화하면서 그저 진부한 말만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비판이 반유대주의는 아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3만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사망했다. 가슴아픈 일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대량학살 혐의는 살해된 민간인 수, 민간인 사망으로 이어진 군 작전, 이스라엘 관리들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다.

남아공이 인용한 제소문에 따르면 일부 이스라엘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아말렉 족속’라고 지칭했다. 구약에서 야훼가 고대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워버리라”고 요구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ICJ 패널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이스라엘 대법원장 아하론 바라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르기 위해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반유대주의는 아니다. 이스라엘도 다른 국가 권력과 마찬가지로 정당하고 공정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반유대주의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특히 이스라엘이 다른 전쟁 수행국들과 마찬가지로 국제 인도주의법의 제약을 받는 전시에는 더욱 그렇다.

정치적인 이유로 반유대주의라고 낙인찍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며, 반유대주의 자체가 가진 공포를 은폐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부당하게 침묵하고 있다고 확신시킬 것이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