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원화채권 보유 50조 돌파'역대 최대'

2024-04-02 13:00:03 게재

2년 만에 5배 증가 … 3월에도 3.7조원 순매수

금리인하 베팅에 초장기 국고채 투자 지속 전망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원화채권 규모가 50조원을 돌파했다. 원화채권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2022년 이전 개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는 10조원 미만이었지만 불과 2년 만에 5배 증가했다. 채권전문가들은 올해도 개인투자자들이 금리인하에 베팅하며 초장기 국고채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투자 매력과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성 필요성 증가 = 2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며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가 50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 이전 개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이 10조원 미만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여 만에 5배 가까이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채권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역대급으로 뜨겁다”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전반이 상승해 채권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졌고, 고령화에 따라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개인의 채권투자 확대에 힘입어 이전과 달리 채권투자와 관련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등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됐다”며 “개인의 채권투자가 용이해진 점도 채권투자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개인의 원화채권 보유 만기 수익률(YTM)과 듀레이션(채권의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 만기)을 시기별로 구분해 본 결과 선호하는 채권도 차이를 보였다.

2019년에서 2021년 YTM은 평균 2.85%, 듀레이션은 3.63년이었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중 YTM은 평균 4%대로 크게 오른 반면, 듀레이션은 3.5년을 밑돌았다. 과거에는 채권투자의 수익률 구조가 ‘저수익률(낮은 금리)+긴 만기’로 구성되었다면 2022년 이후로는 ‘고수익률(높은 금리)+짧은 만기’ 투자로 채권수요가 이동해 가며 개인들의 채권 매수세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다시 YTM이 3.9%로 낮아졌고, 듀레이션을 4.42년까지 늘렸다. 김 연구원은 “2024년 이후 국고채 모든 구간의 금리가 기준금리(3.5%)를 지속적으로 밑돌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채권의 캐리(보유 이익)를 확보하기 위해 듀레이션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초장기 국고채와 고금리 단기 우량채 선호 =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채권투자 종목은 만기 20~30년 이상의 초장기 국고채와 1년 전후 만기의 AA-~AAA 등급의 은행채 및 회사채 등 고금리 단기 우량등급 채권으로 양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에는 만기 1~2년 구간, 매수 수익률 3.4~5.6% 범위의 카드·캐피탈·회사채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국고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캐리수익률이 높은 초장기 채권을 선호, 크레딧 시장에서는 짧은 만기에도 캐리수익률이 높은 금융사 영구채, 신종자본증권, 또는 1년 이하 만기의 고등급 회사채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금리인하 베팅으로 앞으로 초장기 국고채에 대한 선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6개월에 3.06%, 12개월에 3.14%이지만 20년 이상 국고채권은 3.3~3.4% 범위에 있기 때문이다. 추후 금리 인하 때 듀레이션 효과로 인한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정기예금과 비교해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고려할 때 개인들의 초장기 국고채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크레딧 채권에 대한 투자 선호는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안정적 구간으로 평가되는 AA-급 3년 회사채 스프레드가 동일구간 국고 기준 50bp 대 후반으로 축소되며 캐리수익 감소와 함께 레벨 부담 구간에 진입했다”며 “국고 외 채권의 경우 6개월 이하, A급에 대한 선호는 늘어날 수 있으나 만기가 길거나 등급이 높은 구간은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금리 횡보 속에도 순매수 유지 = 한편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3조원 이상의 채권 순매수를 유지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개인들은 1월 3조8000억원, 2월 4조2000억원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난달 3조701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3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가 횡보하는 국면이었지만 좁은 범위 내에서도 금리 갭 상승 시 ‘밀리면 사자’ 분위기가 이어졌다”며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의 물가 지표(CPI, PPI) 발표 후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채권금리가 갭(gap) 상승한 15일 하루에만 개인투자자들이 2798억원을 순매수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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