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부채 지속불가능 경로”

2024-04-02 13:00:17 게재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미국 연방부채 추이에 대해 100만번 예측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결과 예상값의 88%에서 미국 연방부채가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7%에서 2034년 116%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보다 더 높은 수치다. 하지만 블룸버그 예상치는 CBO 전망보다 더 나빴다.

블룸버그는 “세수부터 국방비 지출, 이자율에 이르기까지 올해 초 발표된 CBO 전망은 장밋빛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며 “금리에 대한 시장의 현재 전망을 적용하면 2034년 GDP 대비 부채비율은 123%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수준의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은 GDP의 5.4%에 해당한다. 이는 2023년 국방비의 1.5배가 넘고, 전체 사회보장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CBO는 GDP가 2% 안팎으로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2%로 회귀하며 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대폭 하락하는 것 등을 주요 변수로 삼아 연방부채 추이를 계산했다. 또 2017년 트럼프 감세안이 예정대로 2025년 만료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일부 감세 혜택의 연장을 원하고 있다. 감세법안을 영구적으로 연장할 경우 2020년대 후반부터 매년 GDP의 약 1.2%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CBO는 국방비 지출이 현재 GDP의 약 3%에서 2030년대 중반에는 약 2.5%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과 지정학적 위협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CBO의 전망에서 최소 GDP의 1%를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정부는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인상을 통해 적자를 줄인다면 재정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 의회의 단합이 필요하다. 현재 미 의회는 당파적으로 극심하게 분열돼 있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높은 이자율과 낮은 세수가 주요 문제이며 지출은 부채악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지출을 대폭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삭감 항목을 거론하지는 않는다. 두 정당 모두 주요 복지프로그램 혜택을 축소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결국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미국채 시장의 폭락이나 메디케어 또는 사회보장 신탁기금 고갈에 따른 위기가 발생해야만 초당파적인 조치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장기국채 발행이 증가하면서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하자, 미국채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이 1%p 상승한 바 있다. 10월엔 5%를 기록했다.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영국의 경우 2022년 당시 리즈 트러스 총리의 무분별한 감세 계획이 국채시장을 뒤흔들었다. 국채금리가 급등하자 영국중앙은행이 개입했고, 결국 트러스 총리는 사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경우 국제금융에서 달러의 중심적인 역할과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로 그와 같은 금융시장 위기 가능성이 낮다”며 “하지만 최고 안전자산인 미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 미국정부는 저렴한 자금조달뿐 아니라 글로벌 파워와 명성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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