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② | 세종시 갑

“행정수도 제대로”…민주 공백 누가

2024-04-02 13:00:30 게재

류제화 “진짜 세종시민”

김종민 “정권심판 주역”

세종특별자치시, 노무현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공약으로 2012년 독립선거구로 탄생해 2020년 21대 총선에서 갑·을로 분구됐 다. 19~21대까지 민주당의 독주였다. 22대 총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은 지난 3월23일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고 3파전이 예상됐던 경쟁은 기호 2번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 기호 6번 김종민 후보의 양자대결로 재정립됐다. 4회 연속 당선을 기대했던 민주당 지지층 표심이 길을 잃은 형국이다.

지난달 29일 세종시 대평동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권 모(69)씨는 사거리에 마주보고 들어선 류제화(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새로운미래) 후보 선거사무소를 가르키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라며 말문을 닫았다. 젊은 후보는 당이 마음에 걸리고, 또 한사람은 민주당을 뛰쳐 나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상실감은 드러난 것보다 컸다. 세종시청 민원실에서 만난 홍 모(72)씨는 “투표 날까지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세종시당 관계자들도 말을 아꼈다.

3월 26일 여론조사꽃 여론조사(25~26일. 504명. CATI.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44.6%가 “투표할 인물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 상징적이다. 민주당 중앙당도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6일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윤석열정권을 심판해야 된다라는 점은 명확한데 과연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결국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 “결국 김종민 후보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대가 가능한 야당후보인지 숙고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

두 후보도 민주당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김종민 후보는 민주당 탈당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에게 상처를 안겼다”면서 사과입장문을 냈다. 민주당과 정치적 뿌리가 같고, 총선 목표로 내건 ‘정권심판’의 길에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류제화 후보는 “오락가락 행보, 전형적인 기성정치인의 모습”이라며 김 후보를 ‘철새정치인’으로 직격했다. 또 자신은 “세종에서 아이 낳고 살고 있는 진짜 세종시민”이라며 차이를 강조했다.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

민주당의 빈자리를 향한 구애만큼 뜨거운 의제가 행정수도 이슈다. 선거구 탄생부터 지역의 정체성인 행정수도 추진 방안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 세종 완전이전’ 카드를 꺼내면서 주목도를 높였다. 3월 2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3월 4주차 조사(26~28일. 1001명.CATI)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기대 조사에서 대전·세종·충청권(107명)의 여야 선택이 1주 전과 비교해 크게 흔들렸다. 그만큼 민감하고 인화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평동 해들마을 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박 모(55)씨는 “인구도 정체되고 상가 공실률이 줄지 않는다. 국가차원의 획기적인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솔동 첫마을6단지 상가 한 음식점 주인은 “세종이 겉보기에는 행정도시라고 화려하지만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면서 “시민 살림살이부터 챙겨놓고 심판을 하던지 새판을 짜던지 하라”고 질타했다.

1일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류 후보는 ‘신행정수도법’을 1호 공약으로 ‘세종공립학원’을 세워 자립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로운미래 김 후보는 행정도시법에 대통령 주집무실 설치를 강제하고, 미래산업 클러스터로 100만 세종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종 =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