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복귀 가능성 없어져”

2024-04-02 13:00:36 게재

의대교수들 ‘건폭 비유’ 윤 대통령 담화 외면 … 외래 진료 단축 이어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증원 방침’에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의대와 수련병원 교수들은 윤 대통령 담화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사직서 제출과 진료 단축 등을 이어가고 있다.

2일 각 의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 사직 장기화에 따른 한계를 호소해 온 의대 교수들이 이틀째 주 52시간 단축 근무를 하고 있다.

전국 39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근무 시간 단축과 함께 이달부터 외래를 줄이고 응급환자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또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이달부터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는 등 근무를 줄이기로 했다.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한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내원객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중재 시도했던 교수들도 등돌려 = 교수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를 두고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밝힌데 대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반응이다. 특히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한 이후 중재를 시도했던 의대 교수들은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전의교협은 1일 오후 개최한 온라인 임시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기존과 같은 내용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수들은 핵심적인 진료는 유지하면서 외래 진료 시간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재승 전의비 위원장은 “담화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며 “이제는 앞이 안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교수들은 윤 대통령이 ‘건폭’(건설현장 폭력)과 비교하며 의사들을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에 비유한 대목에 강하게 반발한다. 전공의들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으로 언급한 대목에 거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담화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의대생 ‘집단유급 불사’ 분위기 = 의대생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1일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전국 40개 의대와 의전원 학생들 1만3057명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과 배분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유급 위기에 직면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교육부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효 휴학 신청은 1만242건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4.5%가 휴학계를 제출한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각 대학 학칙 상 휴학계를 낼 수 없는 1학년을 제외하면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달부터는 유효 휴학 신청만을 집계하고 있어 전체 휴학계 제출 학생은 더 많다.

앞서 의대협은 전국 40개 모든 의대가 휴학계를 수리하도록 요청하며 “수리되지 않는 단위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반면 교육부는 형식 요건을 갖췄더라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대학에 엄정한 학사 관리를 요청하는 한편, 동맹휴학을 허가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집단유급도 불사할 분위기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1/3 또는 1/4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의대는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월이었던 본과생들의 개강을 이달로 연기하거나, 개강 직후부터 휴강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선 “더 이상 개강을 늦출 수 없는 때가 오면 집단 유급을 피하기 위해 휴학을 승인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만 6건 달해 = 한편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총 6건이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지난달 5일 첫 소송을 제기했고, 전공의·의대생·수험생 교수 등 5명이 낸 소송,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낸 소송이 이어졌다. 다른 전공의·의대생·수험생·교수 18명이 낸 소송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부산의대 교수와 전공의, 학생 196명이 다섯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두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네 건의 집행정지 심문이 완료돼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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