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아무도 말하지 않는 공공병원 정상화, 시급하다

2024-04-03 13:00:01 게재

3월 16일에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집회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공공운수노조 등 40여개 단체가 참여해 정부에게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였다.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공공병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했기에 반가운 일이다.

정부-의료계, 특히 전공의와의 갈등이 일파만파 번져가는 가운데 의료개혁과제로 공공병원의 정상화에 관한 주제가 어디서도 제기되지 않은 점이 의아스럽던 중이었다. 공공병원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백 문제를 풀어간다는 정책 아이디어는 많은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것이며 수차례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도 만들어졌던 주제였기 때문이다.

우선 찾아본 자료가 2018년 10월 1일에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이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4가지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1) 지역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책임성 강화 2) 필수의료 전국민 보장 강화 3)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및 역량 제고 4)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등.

이 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을 보면 1인당 의료비 증가로 가계직접부담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6배에 이른다는 점, 민간 위주의 보건의료서비스 공급으로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지만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 서비스의 공백으로 도시와 농어촌간 의료접근성과 사망률의 격차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당시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율은 5.4%, 공공병상 비율은 10.3%로 OECD 최하위라고 보고됐다. 참고로 OECD 평균 공공보건의료기관 비율은 대략 50% 정도다.

정책 밀어붙이기 전 과거 정책 평가부터

더 찾아 보니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이 수립되었는데, 여기서 2009년까지 공공의료기관비율을 30%까지 확충한다는 계획과 이를 위해 4조원을 투자한다는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다.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예산이 이때 신설되었다. 이후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2012.2. 개정)에 의거해 2016년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이 마련됐고, 2021년에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22년의 12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이 있었다. 대부분의 정책과 대책이 2018년의 ‘공공보건의료발전 종합대책’을 반복한 듯이 보인다. 다만 2022년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에서는 문재인케어로 늘어난 진료비지출을 줄여 이를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정책수가 인상에 활용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시 이미 언론에서는 수가를 2~3배 높인다고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 수급문제가 해결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있기도 했다.

또 ‘비대면 진료 추진’과 ‘보건의료의 산업화 추진’ 등에서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이 뚜렷하다. 이 차별성은 공공병원 지원예산인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예산이 2023년과 2024년 연이어 줄어든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시사IN, 2023.9.12.).

현 시점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비율이 5%라 하니 2018년 ‘종합대책’ 당시보다도 오히려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감소했다. 2005년 이래 상황이 개선된 것이 없으니 정책을 밀어붙이기 전에 우선 과거 정책들의 평가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순서겠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감염병을 전담했던 지방의료원들이 지금까지도 적자 누증에 따른 경영난과 관련한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일반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해당 진료과목의 다수 의사들이 의료원을 떠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서 보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의사정원 결원율은 2023년 13.4%에 이른다. 2018년에는 7.6%였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마침 4월 1일에 대통령이 의과대학 증원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내놓았다. 2000명 증원을 고수하겠다는 건지, 입장을 바꿔 대화하겠다는 건지 모호해서 언론보도의 1면들이 제각각이다. 의사단체는 “논평하고 싶지 않다”라고 반발했는데 애초 의료계의 통일된 안이라는 게 만들어지기 굉장히 어려운 구조인데 그걸 가져오라고 전제를 걸었기 때문이지 싶다.

법적 조치의 문제 아닌 정치의 영역

전공의들은 도제식 교육시스템이라는 것 속에서 학생이자 동시에 노동자이기에 스승이자 고용주이기도 한 교수들과 병원장에 대한 강제노동 의혹과 불만이 쌓여 있던 차였다. 전공의법은 주당 80시간, 연속 36시간 노동을 허용한다. 주당 80시간까지 합법이라는 것은 80시간까지만 임금을 준다는 얘기다. 전공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자신들의 대표가 될 수 없는 사용자단체인 교수단체와 병원장과 상대하고 있는 셈이다. 어불성설이다. 의료계의 통일된 안 따위는 어쩌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다.

법적조치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임을 정부가 어서 깨달았으면 좋겠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