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소통은 하지만 입장차 여전

2024-04-03 13:00:03 게재

정상회담 4개월여만에 전화통화 … 대만 문제 등 안보·경제는 이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 주간 회의 후 함께 걷고 있다. 두 정상은 2일 양국간 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다양한 대화채널을 복원한 미국과 중국이 정상간 전화통화를 하며 소통을 이어갔지만 대만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여전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는 11월 재선 도전에 나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냉전 구도 속에서 전략경쟁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줄이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백악관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일(현지시간) 1시간 45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소통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협력 분야와 이견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날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양국 정상이 양자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특히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마약 퇴치 협력, 지속적인 양국 군대간 소통, AI(인공지능) 관련 위험 완화, 기후 변화 대응 등 핵심 현안에서 이룬 진전을 점검하고 장려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의 진전은 양측이 이견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면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밝혔다.

또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항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과 충돌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올해 미중관계는 △평화를 중시하고 충돌하지 않고 대결하지 않는다는 최저선을 지키는 것 △도발하거나 선을 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 △믿음에 기초해 행동으로 약속을 이행하는 것 △신중한 방식으로 이견을 관리하는 것 △상호 존중하며 소통을 강화하는 것 등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은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복원된 군 채널간 대화를 통해 ‘우발적 충돌 방지’에 신경을 쓰면서 외교·경제 수장의 방문 등을 통한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날 정상간 전화 통화에 이어 향후 옐런 장관(3~9일)과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수주내)을 계기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긴장과 갈등도 존재한다. 일례로 안보적 측면에서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20일 미 의회에서 중국이 2027년을 기한으로 대만 침공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제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독립파’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5월 취임을 계기로 대만 해협에서의 안보 상황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도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거듭 확인하면서 “대만 독립 세력의 분리주의 활동과 외부 묵인·지원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또 중국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상대로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비록 남중국해에서 미군 군용기 등에 대한 중국군의 위협 행동은 줄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군사적 위협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 통제를 통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조치도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적 측면에서 첨단 미국 기술이 미국 국익을 훼손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대 중국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등의 방침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과 비시장적 경제관행에 대한 우려도 재차 거론했다.

NSC 당국자는 “이 모든 것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미국의 대중국 경제 조치에 대해 “리스크 제거가 아니라 리스크 창출”이라고 비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