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기념관 발빼고 이순신기념관 건립 추진

2024-04-03 13:00:02 게재

좌우 떠나 국민적 공감 긍정적

시민 동의·경제 상황은 걸림돌

서울시가 이순신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특히 오세훈 시장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과 관심이 영향을 끼쳤다. 오 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충무공이야기’라는 상설 역사전시관을 만들었다. 오 시장은 현충사가 있는 충남 아산시장과 함께 지난해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에 친수식을 진행했다. 친수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아산 현충사 경내 우물물을 길어와 동상을 씻는 행사다.

자난해 4월 충무공 탄신일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귀 아산시장이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친수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남산한옥마을이 건립 대상 부지로 부상한 것은 일대가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충무로라는 이름도 충무공에서 따왔다. 덕수 이씨 종친회 등에 따르면 장군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정작 서울에는 장군을 기리는 기념관이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아산 현충사를 장군의 생가 터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순신 태어난 서울에 기념관 없어 = 이승만기념관과 달리 이순신기념관은 찬반이 크게 엇갈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순신기념관 건립도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부지 문제다. 남산한옥마을 안에는 충정사라는 절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수방사 사령관 시절 군 법당으로 지은 곳이다. 남산한옥마을은 이전 수방사 터였다. 시가 이곳을 건립 부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게 된 것은 장군의 생가 인근이라는 것 외에 땅이 서울시 소유이기 때문이다. 충정사는 임대 형태로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기념관을 지으려면 절터를 옮겨야 한다. 불교계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절과 임대인인 시 사이에 재정적 문제도 겹쳐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협의가 쉽지 않은 배경이다.

학계에선 역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한다. 해당 터는 일제 시대 일본인 특히 부유층과 고관대작들이 밀집해 살던 부촌인 ‘남촌’이다.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 땅에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 반발도 변수다. 공사로 인해 소음 먼지가 발생할 수 있고 건립 이후 관람객으로 붐비면 근무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이유다.

시 안팎에선 불안한 경제 상황이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가 급등으로 민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념관 같은 당장 급하지 않은 분야에 큰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조성에 성공했지만 코로나 사태 당시광화문광장 확장 공사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예산 낭비’였다.

◆이승만기념관, 공은 정부로 = 앞서 서울시는 이승만기념관 건립논의에서 한발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시 자체 조사 결과 여론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 ‘건국전쟁’으로 불붙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 재평가 여론이 ‘파묘’의 1000만 관객 돌파, 총선 분위기 등과 섞이면서 열기가 식은 것도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오세훈 시장 입장에선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로 촉발된 역사논쟁이 재현되는 것도 부담이다. 논란이 클 수 있는 이승만기념관 대신 좌우를 떠나 국민적 존경심이 일치하는 이순신기념관에 힘을 싣는 배경이란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념관에 공과 과를 모두 넣는다고 하지만 명색이 기념관인데 어떻게 과를 공만큼 넣을 수 있겠나”라며 “대한민국은 헌법 전문에 4.19 혁명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나라다. 이승만기념관은 시민의 동의 없인 추진이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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