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 지배구조 ‘취약’…이사회 독립성 강화해야

2024-04-03 13:00:02 게재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단 2곳 … A등급 4.7%, C등급 60%

감사 독립성 훼손도 우려 … 인적·물적 한계 고려한 단계적 개선

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들의 지배구조가 코스피 기업들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150 기업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기업은 단 2개사로 전체 1.3%에 그쳤으며,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검토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사회의 독립성과 적극적인 활동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평가결과 또한 A등급을 받은 곳은 4.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스닥 기업의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를 고려한 단계적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사외이사, 코스피200 기업보다 2.1명 적어= 3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은 대체로 낮은 수준의 기업지배구조 관행을 지속하며 거버넌스(G) 등급이 코스피 기업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SG기준원의 2023년 지배구조 평가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200에서 ‘A’ 이상 등급을 받은 기업, 이른바 ‘지배구조 우수 기업’은 91개사로 45.5%를 차지했다. 반면 코스닥150에서는 7개사로 4.7%에 불과했다.

‘C’ 이하 등급을 받은 기업, 이른바 ‘지배구조 취약 기업’의 경우 코스피200에서는 20개사로 10%에 불과한 반면, 코스닥150에서는 90개사로 60%를 차지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은 이해관계자 소통, 감사기구, 주주권 보호, 이사회 리더십 순으로 득점 수준이 낮았다.

이사회의 독립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첫 번째 요소는 사외이사 비율이다.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을수록 최고경영자의 지배력이 약화되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기업들의 주가 상승 폭이 크며, 기업 가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은 여러 선행 연구결과에서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코스닥150 기업의 이사회 구성인원은 평균 5.3명으로 코스피200 기업의 이사회 구성인원보다 평균 2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선임 인원 또한 2.1명 적었다.

코스닥150 기업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기업은 단 2개사로 전체 1.3%에 그치는 등 이사회 독립성이 낮았고 이사회에서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검토하는 기업은 없었다.

이사회의 독립성 요소 중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여부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기업 운영에 필요한 객관적인 시야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적극적 활동 중요 = 최근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기업문화로 변화하며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이사회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목표로 주주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는 기업경영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며,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기능과 경영감독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코스닥 기업의 이사회는 중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다소 소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나온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사외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엄격한 수준의 상법을 적용받고 있지만 여전히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 지난해 코스닥150 기업 중 1년간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 또는 수정 의견을 1건 이상 제시한 기업은 총 8개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사적 리스크 관리, 부패방지 프로그램’에 대해 코스닥150 기업의 이사회에서는 약 3~5%만이 해당 내역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중대성 평가’는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위해 기업이 직면한 위험과 기회를 식별하고 중요도를 도출하여 전사적으로 ESG 전략수립 및 활동을 실천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로, 실제 코스피200 기업 중에서는 약 19%가 검토하고 있었으나, 코스닥150 기업에서는 약 3%만이 이사회에서 검토하고 있었다.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러운 부재 또는 임기 만료 시 원활한 승계를 위해 이사회는 후보군을 평가하고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코스닥150 기업 중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하는 기업은 1곳도 없었다.

또 코스닥150 기업 중 약 16%만이 중장기 배당정책을 공개하고 있었으며, 감사의 30% 이상이 6년 이상 장기 연임하는 것으로 나타나 감사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적 개선 = 한국ESG기준원은 코스닥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 및 관련 제도 도입 △이사회 권한 확대 및 전문 자문 지원 △주주와의 실질적 소통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 방안 수립 △종합적 감사 시스템 강화를 우선적으로 권고했다.

다만 코스닥 기업들은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구성에도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가 있는 실정임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먼저 코스피 기업들의 산하 위원회에서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안건 중 ESG 중대성, 전사적 리스크 관리,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 및 주주권리보호 측면에서 필수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이사회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관 또는 이사회 규정 개정을 통해 결의사항의 기존 범위(상법 및 정관상 이사회 결의사항, 주주총회 상정안에 관한 사항 등)를 전사적 리스크 관리,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의 안건을 추가・확대하고, 이사회 및 이사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여 이사회 중심 경영의 직무수행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사들의 충실한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 인력 자문 및 교육 기회 제공도 필요하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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