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더 진실되고 정의롭게 힘모으자”

2024-04-03 13:00:02 게재

제76주년 4.3평화공원서 희생자 추념식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식전·본 행사로 각각 진행한 추념식은 경과보고·추념사·유족사연·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추념식에서는 4.3 당시 부모·형제를 잃고 제주를 떠났다가 20대에 귀향한 김옥자씨가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 할머니는 4.3 당시 5살로 20대로 추정되는 부친과 가족 모두를 잃었다. 추념식 준비위는 인공지능을 활용, 김 할머니의 모습을 바탕으로 부친의 모습을 복원했다.

추념식이 열린 오전 10시에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을 울렸다.

추념식을 하루 앞둔 2일 저녁 제주아트센터에서 전야제 행사인 ‘디아스포라, 사삼을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전야제는 제주 4.3의 광풍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디아스포라(diaspora)의 아픔을 예술로 표현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디아스포라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곳곳에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유대인을 지칭했지만 이후 의미가 확장돼 고국 또는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는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다.

행사는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했다.

행사에서는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황국 제주도의회 부의장, 오순문 제주도교육청 부교육감,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함께 추념메시지를 낭독했다.

이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 4.3의 역사가 더욱 진실하게 그리고 정의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여러분 모두가 힘을 모아달라”며 “4.3의 봄바람은 세계 곳곳에 평화의 씨를 날려 어둡고 힘든 곳에 새로운 희망을 싹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월을 잊지 않겠다. 역사의 정의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진실의 횃불을 들겠다”고 강조했다.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에서는 제주 출신으로 미국에서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도희씨의 춤 공연, 광주 프로젝트 중창단 ‘오월노래단’과 재일 뮤지션 박보의 ‘4.3을 노래하다’ 공연이 이어졌다. 2부에서는 지난해 쇼케이스 형태로 제작돼 가능성을 보여줬던 뮤지컬 ‘사월’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여야 각 정당도 성명을 통해 4.3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2일 성명에서 “제주 4.3 영령들을 가슴 속 깊이 추모하며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4.3 진실규명, 추가 진상조사, 정명 등을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이라며 “제주 4.3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명확한 역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스러져간 4.3 영령들의 슬픔을 언제나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장세풍·이명환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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