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인턴 임용 등록’도 외면

2024-04-03 13:00:02 게재

전공의 부족 장기화 우려 … 교수 외래진료 축소에 곳곳서 진통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에 이어 사흘째 단축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대통령실과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집단행동의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의료계, 특히 전공의들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뚜렷한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련병원 교수들은 사흘째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하고 있다.

진료실 대기 임시의자까지 채운 환자들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기로 한 1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내원객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경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는 외래 진료를 줄이겠다며 전날부터 병원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진료과의 경우 예정된 외래 진료 일정이 미뤄졌고, 당분간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접수가 어렵게 됐다.

충북대병원·의과대학 비상대책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신 주 1일(금요일) 외래휴진을 하기로 했다. 또 전남대 의대 교수들은 과별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하기로 했다. 일괄적인 준법 진료에 나설 경우 위급·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까지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비대위도 주 40시간 진료 축소·신규 외래 예약 축소 등을 전체 진료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원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4일까지 내과 의국에 마련된 사직서함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협에 따르면 개원의들도 ‘준법 진료’라는 이름으로 주 40시간 근무 방침을 고수한다. 다만, 개원의들의 진료 축소 참여율이 낮아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턴 수련 못받아도 등록 거부 = 의정 갈등의 중심에 선 전공의들이 대통령의 호소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막내 전공의’가 될 인턴들은 임용 등록을 거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턴 임용 대상은 3068명이다. 정부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서면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현재 2697명이 임용 계약을 하지 않았다.

전국 대부분 인턴이 상반기 임용 마감일인 2일까지도 임용 등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던 인턴 49명은 이날까지 임용 등록을 하지 않았고, 인하대병원에서도 이날까지 인턴 임용대상자 43명 가운데 1명만 등록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 병원 인턴 54명도 임용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고, 울산대병원에서 근무할 예정이었던 인턴 32명과 레지던트 37명도 상반기 수련 등록 마감일인 이날 오전 현재까지 등록하지 않았다.

경상국립대병원에서도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인턴 약 40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일하기로 예정된 부산대병원 인턴 57명, 동아대병원 인턴 32명은 이날까지 수련 등록하지 않았다. 강원대병원·한림대 춘천성심병원도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수련 등록을 신청한 인턴은 한명도 없다.

이날까지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인턴들은 수련을 받지 못한다.

◆법적 공방은 계속돼 = 한편 의대 증원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2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신청인(의대 교수협의회측)이 의대 증원·배정 처분에 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입학 정원에 따라야 하는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이기 때문에 의대 교수인 신청인들이 처분의 상대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또 전의교협이 주장하는 의사 수 증가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고, 필수 의료 분야 관련 정부 정책을 바로잡음으로써 국민들이 갖게 될 이익 역시 일반적·간접적·추상적이라며 이를 근거로 처분 취소를 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들 가운데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현재까지 제기된 소송은 이를 포함해 총 6건이다. 이들은 모두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네 건의 집행정지 심문이 완료돼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장세풍 기자·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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