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폭격은 의도적인 공격”

2024-04-04 13:00:02 게재

WCK 설립자 인터뷰서 오폭설 부인 … 여론악화에 이스라엘 당혹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미국 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 직원들의 시신을 실은 호송대가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의 이집트 접경 라파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구호활동 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7명이 사망한 국제구호단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폴란드 등 사망자들이 포함된 국가들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까지 한목소리로 “분노” “규탄”을 언급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부는 실수로 인한 오폭이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폭격을 당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창립자이자 스타 셰프인 호세 안드레스가 3일(현지시간)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번 공격이 오폭이 아니라 의도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안드레스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순히 잘못된 장소에 폭탄을 투하한 운 나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구호 트럭을 체계적으로 차량 별로 조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1.5km, 1.8km 거리의 인도주의 호송 행렬이었고, 트럭 지붕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색색의 로고 깃발이 표시돼 있었다”면서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매우 분명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WCK는 이스라엘군과 계속 소통 중이었고 위치를 이스라엘 측에서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그들은 우리를 자신들의 통제하에 있는 충돌 방지 구역에서 겨냥했다. 그들은 우리 팀이 그 도로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스는 이스라엘 측의 오폭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설사 우리가 그들과 협력 중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민주주의 국가의 어떤 군도 민간인과 인도주의 세력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 전쟁을 끝내라고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 지원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드레스는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도 이스라엘 정부와 소통 중이었다는 점을 확인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군과 지속적 연락을 이어 왔으며, 가자 측과도 긴밀하게 소통해 왔다”면서 이번 공습은 식량을 운반 중이던 이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는 창고에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WCK 소속 차량 3대가 이스라엘 군의 공습을 받았고, 폴란드,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 직원 등 모두 7명이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이번 일에) 분노하고 비통하다”면서 “이스라엘은 구호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일 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영국민 3명 등 구호요원 사망에 경악했다(appalled). 철저하고 투명한 독립적 진상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수낵 총리는 또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는 구호요원과 평범한 민간인이 지나치게 많으며 상황이 점점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직접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앤드류 미첼 개발 및 아프리카 담당 국무장관은 “명백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살인’에 대한 완전한 책임 추궁을 (이스라엘에) 기대한다”며 “인도주의 인원에 대한 공습은 분명 용납될 수 없으며, 국제 인도주의 법률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안제이 셰이나 외교차관은 “이스라엘 당국은 특정 발사 버튼을 누른 데 대해 누가 형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지, 유족에게 어떻게 배상할 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이스라엘을 향해 책임을 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은 “전쟁시기에도 규칙들이 있고, 모든 당사자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별개로 폴란드 프셰미실 검찰청의 베아타 스타제츠카 검사는 “4월 1~2일 가자지구에서 폭발물을 사용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폴란드 국민 다미안 소볼이 살해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폴란드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 대사의 트윗이 논란을 증폭했다.

야코브 리브네 폴란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2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폴란드의 극단주의 우파와 좌파가 (오폭을) 이스라엘의 의도적 살인이라고 비난한다”며 “반유대주의자는 항상 반대유주의자로 남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대다수 폴란드 국민은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에 전폭적 연대를 보였다. 오늘 당신들은 이 연대를 정말 어려운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비극적 공격과 당신들 반응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고 썼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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