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승부처 ④ | 서울 동작구 을

정권심판 바람, 버티는 나경원

2024-04-04 13:00:17 게재

경찰홀대 반발 류삼영과 ‘박빙’

야, 이재명·조국 총출동 공세

서울 동작을은 보수진영 여성 정치인 대표격인 4선의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와 검찰정부에 반기를 든 경찰 총경 출신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나 후보는 물러설 곳이 없는 형국이다. 이번에 당선될 경우 보수당 여성 정치인 중 최다선인 5선이 돼 단번에 대선주자급이 될 수 있지만 신인인 류 후보에 패할 경우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류 후보는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3호로 전략 공천됐다. 2022년 윤석열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주도했다가 중징계를 받고 이듬해 8월 경찰 조직을 떠났다.

정치권에선 거물인 나 후보가 자신의 텃밭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로 정권심판 바람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3일 찾은 현장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나경원 대 류삼영이 아닌 나경원 대 이재명, 나경원 대 조 국 구도가 뚜렷했다. 동작을 표심의 바로미터인 남성사계시장에서 만난 정 모(62)씨는 “분위기가 총선이 아닌 대선 같다. 나 후보가 야당 대표들과 대결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수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28·여)씨는 “민주당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며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여러차례 찾아오는 걸 보고 이 동네가 중요한 지역이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야당은 동작을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재판으로 시간을 쪼개야 하는 와중에 6번이나 동작을을 찾았다. 3일에는 조 국 조국혁신당 대표까지 동작을에 나타났다.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지라’며 나 후보를 겨냥하면서 우회적으로 류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류삼영 민주당 후보

류 후보 개인기도 야당 바람몰이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남성역에서 만난 상인 오 모(53)씨는 “경찰 총경 출신이라 딱딱하고 고개도 못 숙일 줄 알았는데 90도 인사는 물론 스킨십에도 능해서 ‘신인치곤 제법이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

나 후보측은 야당의 총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선거 캠페인도 상대인 류 후보 보다 이재명·조 국 대표 저격에 초점을 뒀다. 유세차에서 지지연설을 하는 이들도 연신 ‘이재명·조 국’을 겨냥했다.

정권심판 대리전으로 치닫자 실제 도움되는 지역공약을 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성시장에서 4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여 모(70)씨는 “두 후보 공약 모두 수십년째 나온 얘기들”이라며 “나도 주변도 큰 공약엔 관심이 없고 그저 우리 시장 잘되게 해줄 후보가 누군지 궁금할 뿐”이라고 말했다.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 모(63)씨는 “평일 하루 6만여명이 방문하는 큰 시장인데 주차대수가 고작 18대뿐이다. 최소한 50대로 늘려야 한다”면서 “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지 그런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온통 서로 욕하기 바쁘다”고 아쉬워 했다.

이 지역에서 구의원을 지낸 강 모(65)씨는 “사당1동 경로당은 쌀 1포대를 아쉬워 하고 흑석동 경로당에선 1000만원짜리 노래방 기계를 설치해달라고 한다”며 “지역 안에서도 세세한 접근과 맞춤형 지역정책이 필요한데 도통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양측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류 후보측은 “나 후보가 이기는 지표가 많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정권심판 바람이 동작에 불고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나 후보측 관계자는 “막판이 되니 판세가 뒤집어졌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는데 개의치 않는다”며 “어르신들은 ‘조사는 신경쓸 거 없고 투표로 보여주면 된다’고 하신다. 나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