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금융자산 중 채권 비중 늘릴 시기 다가온다

2024-04-05 13:00:01 게재

최근 단기금리인 국고채 1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12월에서 2024년 3월까지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이 평균 3.40%로 기준금리(3.50%)보다 낮은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2000년 10월 국고채 10년이 발행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금리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기준금리가 하락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그 괴리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변동을 설명

우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선행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10년 통계를 분석해보면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에 4개월 정도 선행(상관계수 0.88)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과관계 분석을 해봐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일방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시장금리가 하락(상승)하면 뒤따라 기준금리도 인하(인상)되었다는 의미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그 뒤에 시장금리가 한단계 더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이 기준금리를 밑돌면서 시장은 계속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언제 인하할까. 그 답은 물가상승률에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는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다. 한은은 정부와 협의해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한다.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다. 2022년에 5.1%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3.6%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물가상승률이 3.0%로 더 떨어졌지만 아직도 목표치 2%보다 높다.

그러나 시장금리에는 미래의 물가상승률 기대치가 들어가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앞으로 그만큼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을 기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반기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도 지난 2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했다. 더구나 통화정책 운용에 더 중요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로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금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고 금리인하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소비나 생산 등 경제활동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인하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반기 적정금리 수준은 2.7% 정도

남은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릴 것인가다. 이를 가늠하는 수단 중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 이는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 차이, 실제와 목표 물가상승률의 차이를 고려해 금리의 적정 수준을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적정금리는 잠재 GDP나 과거의 실질금리 사용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과거의 실질금리(기준금리-근원물가상승률)로 2000~2023년 평균을 사용했다. 물론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전제해야 적정금리를 추정할 수 있다. 올해 실질 GDP 성장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1%와 2.2%로 전제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2월 경제전망에 나온 수치와 같다.

이런 전망치에 근거해 적정 기준금리를 추정하면 1분기에 3.3%, 하반기에 2.7%로 나온다. 현재 3.5%인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높아,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씩 세차례 정도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소비를 고려하면 적정금리 수준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시장에서 관찰하는 금리는 명목금리다. 명목금리에는 기대되는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10년물 국고채 수익률은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합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2001~2023년 국고채 10년물 평균 수익률은 3.9%로 이 둘을 합한 6.0%(실질 GDP 성장률 3.5%,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보다 훨씬 낮다. 우리 경제에서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보다 높은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제 2001~2023년 총저축률은 평균 34.6%로 국내투자율(31.7%)보다 2.9%p 높았다.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저축은 자금의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의 수요다. 자금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낮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2001~2023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평균 2.7%로 GDP 성장률(3.5%)보다 낮았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낮은 것은 개인의 부채 증가에 기인한다. 1998년 개인의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34.7%였으나 2002년 49.3%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고 이익을 냈으나, 투자는 상대적으로 줄면서 기업 자금 수요가 위축됐다. 기업의 대출 수요 감소로 은행은 가계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여기에 금리하락으로 가계는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렸다. 1998년에 은행의 대출 가운데 기업 비중이 71.2%였고 가계 비중은 28.8%였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이 변해 2006년에는 기업 비중이 47.9%로 크게 줄고 가계 비중은 52.1%로 급등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계 부채가 늘면서 지금까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도 개인의 금융자산대비 부채 비율은 45.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예금금리 갈수록 더 떨어질 전망

금리란 시간선호율 측면에서 소비를 참는 데 따른 대가다. 금리가 낮으면 소비를 참는 데 대한 대가가 낮기에 소비가 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경기가 침체에 빠질 때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다. 그래서 명목금리를 분석하고 전망할 때 실질GDP 성장률보다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쓰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에서 높은 가계부채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계속 밑돌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1%이다. 그러나 수출이 4.5%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민간소비는 1.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있다. 경제성장률로 전망하는 금리보다 소비증가율로 전망하는 시장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보면 우리 개인의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 및 예금 비중이 47.5%로 높고 채권 비중은 3.2%로 낮다. 나머지는 보험 및 연금과 주식으로 그 비중이 각각 26.8%와 21.7%였다. 2년 전 5%까지 올라갔던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최근에는 3.5% 안팎으로 낮아졌다. 시장금리 하락에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그 시점은 올 하반기일 수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예금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려도 되는 시기인 것 같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