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충돌 선주사 책임범위 관심

2024-04-05 13:00:36 게재

선주사, 책임제한 청원 미국 선박가격으로 제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해상 교량과 충돌한 화물선 달리호의 선주사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달리호 선주인 싱가포르 ‘그레이스 오션’과 선박관리자 ‘시너지 마린’은 지난 1일 선주책임을 제한하기 위해 메릴랜드연방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국제사회는 해상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해운업을 하는 선주를 보호하기 위해 1976년 선주책임제한조약(LLMC)를 체결한 바 있다. 미국은 국제조약보다 앞서 1851년 제정한 미국의 책임제한법을 적용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선주사와 선박관리회사는 회사 책임을 4360만달러로 제한하려고 한다. 선박 자체의 가치는 최대 9000만달러(약 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상법 전문가인 정영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4일 “사고원인이 선주측 중과실이면 책임제한을 못 받을 수 있고, 순수과실이면 책임제한이 인정될 수 있다”며 “운항관리를 소홀히 하다 사고가 나면 중과실에 가깝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법은 사고 선박의 잔존가액을 책임제한액수로 하고 있어 책임제한이 받아들여지면 최대 9000만달러 범위에서 선주사가 피해액을 보상하게 된다.

사고원인과 함께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주목받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모닝스타 DBRS는 볼티모어 사고로 인한 총 보험 손실액이 20억달러(2조6000억원)에서 40억달러(5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엔 사망·실종자에 대한 보상, 볼티모어항구 폐쇄로 인한 노동소득 상실, 붕괴된 다리 재건 비용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손실액이 모두 선주측 배상범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은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선주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만 미국법에는 물리적 손해가 동반되지 않는 경제적 손해는 배상하지 않는다는 판결(1927년. 제5회 순회법원)도 있어 손해배상 가능성을 낮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달리호를 건조한 HD현대중공업의 책임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현대중공업에서 만든 선박들에서 지속적인 사고가 있었다면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박 건조 후 유지보수 과정에서 사고원인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고, 선박을 건조한 조선소가 책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제기될 수 있는 법률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로펌에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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