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논란 커진다

2024-04-05 13:00:41 게재

파업 때도 필수인력 유지하도록

서울시의회 법 개정 촉구안 발의

시내버스도 지하철처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김종길 의원은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한 시민들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결의안에는 시내버스 파업 때도 최소한의 운행수준을 유지하고 중단된 업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시내버스운송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 계기가 됐다. 필수 인력이 유지돼 출·퇴근 대란을 빚지 않았던 지하철 파업과 달리 거의 모든 시내버스가 멈추면서 대혼란이 야기됐다. 서울시가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400대가 넘는 무료 셔틀버스를 긴급 투입했지만 출근길 혼잡과 시민 불편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필수공익사업에 속하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시에도 필수 유지업무 인원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필수공익사업에는 철도·항공운수·수도·전기·가스·통신사업·병원 등 11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시내버스가 처음부터 필수공익사업에서 빠진 건 아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1997년 노동조합법 제정 당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국회의 무관심 속에 2000년 법이 정한 시한이 지나면서 일몰로 지정 해제됐다. 김 의원은 “노조의 일방적인 파업으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일이 없도록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행동권 제약' 반발 =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인력이 투입되면 혼잡을 막고 안전을 강화하는데 크게 보탬이 된다. 지하철 파업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엔 100%, 그 외 시간대엔 평소의 70~80% 규모로 인력이 유지된다. 지난달 파업 당시 서울시내버스 전체 7382대 중 97.6%인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노조 입장에선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70~80% 규모의 인력이 투입되면 파업 동력이 떨어진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면서까지 시내버스를 필수유지 시설로 정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 나온다. 노동계에선 사실상 노동운동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문제를 두고 헌법 소원을 제출한 바 있다. 서울지하철노조가 앞장섰지만 결론적으론 합헌 결정이 나 있는 상태다.

국가기간시설이나 공익시설이 아닌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볼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법적으로는 개별 사업자들이 경영하는 민간 사업체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준공영제이고 서울시가 운영에 많이 개입하지만 버스 회사들은 엄연히 개별 민간 사업장”이라며 “파업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만든다는 측면에선 바람직하지만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물론 사업자들도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파업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입장에선 여러 제약을 감수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파업을 예상해 법을 고치기 보다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사 양측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준공영제의 운영 책임자인 서울시의 관리·조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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