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 공룡’ 전기차산업 잇단 투자

2024-04-08 13:00:01 게재

엑손모빌 쉘 BP 토탈에너지 등 전기차 충전소 확대·주유소 매각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석유 공룡’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 산업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덕’을 봐온 ‘석유 공룡’들이 역설적으로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최근 열린 미국 아칸소주의 리튬 혁신 서밋행사에서 아칸소주에서 수많은 리튬 탐사정을 시추했고, 리튬 채굴을 위한 광범위한 엔지니어링과 설계작업을 수행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엑손모빌은 지난해 5월 자원탐사기업 갤버닉 에너지로부터 12만에이커(1억4690만평)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 퇴적층에는 400만톤 탄산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5000만대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엑손모빌은 2026년부터 리튬을 채굴해 가공·생산할 계획이다.

쉘 토탈에너지 BP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은 주유소를 매각하고 대신 전기차 충전소 확대 사업에 나섰다. 쉘은 3월14일 발간한 ‘에너지 전환 전략 2024’에서 공용 전기차 충전기를 2022년 2만7000개에서 2023년 5만4000여개로 늘린 데 이어 2025년 7만개, 2030년 30만개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쉘은 지난해 3월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 ‘볼타’를 1억69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에서 3000개 이상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3400여개 추가설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 선전바오안국제공항 인근에 258개의 급속충전기를 갖춘 전기차 충전소도 개소했다.

프랑스 토탈에너지는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4개국에 있는 주유소와 지분을 캐나다 편의점 체인 쿠쉬 타르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독일과 네덜란드에 소재한 주유소 1500여곳의 소유권이 쿠쉬 타르로 이전됐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있는 주유소 619개의 경우 양사가 공동 설립한 합작법인(JV)이 운영을 맡는다.

영국 BP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부 BP펄스는 지난해 10월 1억달러 상당의 테슬라 초고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미국 전역의 충전소에 최대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BP펄스 중장기 프로젝트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오일 메이저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런 움직임은 결국 카본 에너지에서 그린 에너지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8일 기후변화 전문 온라인 플랫폼 ‘블룸버그 그린’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말 세계 4개 대륙 31개 국가에서 순수 전기차(BEV) 신차 판매 점유율이 ‘티핑 포인트’(큰 변화를 불러오는 변곡점)인 5%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차 판매 중 5% 점유는 대량 보급의 시작’이라며 ‘앞선 국가 사례를 보면 전기차가 신차의 5%를 넘어서면 4년 이내에 25%로 급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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