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돈봉투 수사’ 속도 낼까

2024-04-08 13:00:03 게재

정치일정·선거개입 우려로 수사 지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수사도 관심

‘이종섭 수사’ 공수처 수장 공백 해소되나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로 미뤄졌던 정치권 수사가 총선 후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다시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돈봉투를 살포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수사를 본격화한 검찰은 자금 조성과 전달 과정 등을 수사해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윤관석 의원 등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하지만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의원들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은 최대 20명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이 기소한 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이어 임종성 전 의원, 허종식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 검찰 수사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수 의심자들이 현역 의원으로 대부분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데다 검찰도 선거개입을 우려해 강제구인 등 적극적인 수사를 자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에는 돈봉투 수수 의심 의원들이 검찰 조사에 불응할 명분이 약해지는 만큼 소환조사 등 검찰 수사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조사 외에도 증거물 분석이나 관련 자료 검토, 관련 법리 검토 등 필요한 여러 가지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소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소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재수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민주당 송철호 후보 당선을 위해 상대후보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시하고 민주당 경선후보에게 공직을 제안하며 경선을 포기하도록 하는 등 선거과정에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검찰은 2020년 1월 송 전 울산시장과 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자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 1월 “울산경찰청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후보자 매수 혐의 부분에 대해 추가 수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재기수사를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7일 대통령기록관실을 압수수색하며 사건 수사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총선 시기와 맞물리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조국혁신당 대표이기도 한 조 전 수석은 비례대표로 출마했고 임 전 실장은 출마를 접었지만 민주당 후보자들에 대한 지원 운동을 펼치고 있어 선거가 끝난 이후에나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총선 후 움직임도 관심사다.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출국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직권남용·범인도피 혐의 고발까지 이어지면서 공수처의 부담은 커진 상태다.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이나 공수처의 인력부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총선 이후에도 본격적인 수사에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급한 것은 수장 공백 해소다. 공수처장은 지난 1월 20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이후 두 달 넘게 공석이다.

지난 2월 29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후보자 검증 등을 이유로 최종 후보자 지명을 미뤄왔다. 차기 공수처장 임명 절차 역시 총선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기 공수처장이 임명된 후 조직 정비를 거쳐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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