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양적긴축, 잡음없이 예상외 순항

2024-04-08 13:00:17 게재

규모 줄이고 기간 늘리는 방향 선회 전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산축소 정책이 잡음없이 순항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3년, 2019년 시장의 발작과는 크게 다른 상황이다. 연준은 곧 자산축소 규모를 줄이는 대신 그 기간은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려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연준은 2022년 중반 시작된 양적긴축(QT)을 통해 자산을 약 16% 줄였다. 한달 최대 950억달러씩 자산을 줄여가고 있다. 현재 대차대조 규모는 약 7조5000억달러다. 이는 총액으로 2017~2019년 처음 시행한 양적긴축 규모보다 약간 컸다. 하지만 최대치 대비 8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대차대조를 더 축소하려는 이유는 다음 금융위기 때 채권매입(양적완화)을 다시 확대할 여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연준 자신을 포함해 그 누구도 중앙은행의 적정한 대차대조 규모를 자신하지 못한다. 중요한 척도는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이 아니라 부채다. 특히 양적완화 기간 동안 연준의 채권매입에 상응해 증가한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 규모다. 연준의 목표는 은행 지급준비금을 현재의 ‘풍부한’ 수준에서 ‘충분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 은행들의 준비금은 자산의 약 10% 수준이었다. 현재는 약 15%다. 골드만삭스는 은행 지급준비금 적정 수준을 약 12%로 추산한다. 금융규제 강화로 유동성 수요가 증가했다는 이유다. 이 추산이 맞다면 연준은 추가로 약 5000억달러의 대차대조를 더 축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준은 정해진 목표 없이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은행간 하루짜리 자본조달(레포) 금리가 지급준비금에 대해 지급하는 금리 이상으로 거래되는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이 경우 유동성 상황이 훨씬 더 타이트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9월이다. 당시 미국 레포시장에서 은행간 하루짜리 대출금리가 장중 한때 10%까지 치솟는 일이 벌어졌다. 평소 2% 대 초반을 유지했던 레포 금리가 단숨에 10%까지 뛰자 연준은 양적긴축을 전격 중단했다.

연준은 이제 자산축소의 속도를 늦춰 시장 혼란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한다. 동시에 자산축소 기간을 늘려 장기적으로 대차대조 축소 효과를 최대화려 한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양적긴축 규모 축소를 조만간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5월 연준 회의에서 그같은 계획을 발표하고 6월에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에서는 현재 매월 최대 950억달러인 축소 규모를 절반으로 낮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는 연준이 올해 지속적으로 자산을 감축할 것이라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연준이 예고한 올해 기준금리 인하(통화완화정책)와 대차대조 축소(통화긴축정책)라는 모순적인 정책이 동시에 시행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연준이 현재진행중인 두번째 대차대조 축소는 지금까지 파장을 거의 일으키지 않았다. 2019년의 시장혼란, 그에 앞서 연준이 자산매입축소 계획을 처음 논의했던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윌리엄 잉글리시는 “사람들은 연준의 대차대조 정책에 점점 더 익숙해졌고, 연준은 이와 관련한 의사소통에 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