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품서 발암가능물질 기준치 56배 검출

2024-04-08 13:00:28 게재

알리 판매상위제품 31개 검사, 8개 ‘부적합’

작은 충격에도 제품 부서져, 질식 위험도

이번 안전성 조사대상은 해외플랫폼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제품 19개(8품목)와 가정용 섬유제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12개(3품목) 등 총 31개다. 시험 항목은 유해 화학물질 검출, 내구성(기계적·물리적 특성) 등이다. 조사는 국가기술표준원 안전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KATRI 시험연구원 △FITI 시험연구원에서 진행했다.

해외온라인쇼핑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저가 상품들의 유해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품을 검사한 결과 물놀이용 튜브(왼쪽)에선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됐고 아이들이 입에 물고 노는 제품은 조금만 힘을 줘도 제품이 부서져 기도로 넘어갈 경우 질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서울시 제공
해외온라인쇼핑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저가 상품들의 유해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품을 검사한 결과 물놀이용 튜브(왼쪽)에선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됐고 아이들이 입에 물고 노는 제품은 조금만 힘을 줘도 제품이 부서져 기도로 넘어갈 경우 질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서울시 제공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은 △어린이용 물놀이튜브 △보행기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 △치아발육기(사탕모양, 바나나모양) △캐릭터연필 △지우개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 등 총 8개 품목이다.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서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사용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4종(DEHP, DBP, DINP, DIBP)이 검출됐고 총합은 기준치의 55.6배에 달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불임 유발 등 생식 독성이 있고 그 가운데 DEHP(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이다.

어린이 물놀이제품(튜브)에서는 기준치의 33배가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이 제품은 두께(0.19㎜)도 국내 기준(0.25㎜)보다 얇아 위험도가 높았다. 이 외에도 연필 2개(DEHP 33~35배)와 목재 자석낚시 장난감(DBP 2.2배)에서도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유아의 입이나 피부 등에 직접 닳는 완구도 내구성 등 물리적 결함이 많았다. 치아가 나기 시작하는 유아가 입에 물고 사용하는 치아발육기에 대한 검사 결과, 디자인과 형태가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높았고 조금만 힘을 줘도 제품이 부서져 기도로 넘어갈 경우 질식 위험도 있었다.

시는 피해신고센터 운영, 검사 결과 공개와 함께 대시민 캠페인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생 SNS 서포터즈를 운영해 피해예방 홍보를 진행하고 중장년층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저가 상품의 위험성을 알릴 예정이다.

해외직구 제품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는 것은 현행 통관 절차 때문이다. 해외직구 제품을 자가소비 목적으로 구매할 경우 별도의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유해 물질과 내구성 결함 등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해외온라인쇼핑몰의 급성장은 소비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2022년 5조3000억원.통계청) 28.3% 증가했다. 과거에는 미국 직구가 대세였는데 중국 플랫폼의 공세로 지난해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48.7%)가 중국업체였다.

특히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올해 2월 기준 온라인 플랫폼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818만명에 달한다. 쿠팡에 이어 국내 2위다. 후발주자인 ‘테무(Temu)’ 역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송호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소비자 피해 전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상시적 안정성 검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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