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금리인상과 고령화 교훈

2024-04-09 13:00:01 게재

코로나19 과정에서 대부분 선진국 중앙은행이 일본의 양적완화를 쫓아 ‘일본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경기회복 추세와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탈일본화’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마침내 3월 19일 플러스 금리로 전환하는 정책변화를 했다. 그동안의 저성장 저물가 체계가 굳어져 있던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을 자신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17년 만의 금리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가격도 들썩이고 있으며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장기 경기침체 국면 탈출의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 비슷한 듯 다른 고령화 과정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는 인구의 30%가 넘는 고령인구 구조로 인해 여전히 일본의 디플레이션 극복이나 저성장 탈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을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4년간 일본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2%에 비해 훨씬 낮은 연 0.5%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동생산성 등으로 잠재성장률은 0%대에 유지되고 향후 금리인상으로 추가될 국내총생산(GDP)의 250%가 넘는 세계적 수위의 국가부채 부담도 성장의 구조적 제약요인이다. 최근 일본경제가 통화정책 전환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성장 경로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나 고령화에 대응한 경제구조 개선 없이 회복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적으로 빠른 저출산 고령화에 당면하고 있으며 저성장 조짐을 보이는 우리 경제도 일본의 최근 대응 사례를 참고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35년에 걸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2006년에 진입한 것에 비해 우리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25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세대로라면 2045년 전후로 세계 최고령사회인 일본을 추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고령화 단계로 볼 때 아직 한국경제는 40대, 일본경제는 60대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가 60대 노인처럼 쇠약해 있고 국가부채도 높은 수준에 있음에도 지난 30년간 선진국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최고령국인 일본경제가 저성장 저물가의 늪에 그리 오래 빠져있으면서 국가부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진국으로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가계의 재무적 건전성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여건은 이러한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과 달리 가계를 중심으로 민간부문의 부채가 조정 없이 빠르게 상승해 미래세대에 추가적 부담 요인이자 경제충격에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 경기침체 가능성보다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 기인한다. 일본은 고령화에 접어들 당시 세계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기업이 포진해 있었던 반면 우리의 경우 삼성을 빼고는 아직 두드러진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없다.

새로운 국회, 경쟁력 제고 논의 우선해야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일본이 겪고 있는 고령화의 어려움을 우리도 20년 내 동일하거나 더 크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일본 사례를 보았을 때 우리에게 요구되는 여러가지 연금,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 이슈가 있지만 무엇보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계부채 조정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 및 체질 강화가 관건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아 대외 여건에 따라 변동성이 높고 충격에 민감한 구조를 가졌기에 이를 버텨내기 위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4월 총선 이후 새롭게 구성된 국회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보다는 당면한 고령화 충격에 대비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가적인 논의와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대응할 시간은 짧은 봄처럼 스쳐 지나가고 대처할 적기를 놓칠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