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예대금리차 1년새 반토막

2024-04-11 13:00:02 게재

주담대 금리 3%대 진입 등 대출금리 ↓

은행 실적도 지난해보다 하락 불가피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로 진입하는 등 대출금리 하락폭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로 은행권 실적도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시하는 주요 시중은행 예대금리차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는 0.50~0.75%p 수준에서 낮게 형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0%p 안팎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기준 0.50%p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1.21%p)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2월 기준 0.65%p로 지난해 동기(1.15%p)에 비해 0.50%p 낮았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지난해 동기에 비해 0.50%p, 0.43%p 하락했다.

이처럼 은행권 예대금리차가 크게 축소된 데는 예금금리는 오르고, 대출금리는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은행별로 소폭 차이는 있지만 4.20~4.4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4~5.10%였던 점을 고려하면 최고 0.7% 안팎 내렸다. 특히 일부 주담대 금리는 3%대로 진입해 대출금리 하락 속도를 키웠다. 주요 시중은행 올해 2월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98%로 2022년 1월 이후 2년 만에 3%대로 진입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데 비해 예금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추세다. 신한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해 2월 3.63%에서 올해 2월 기준 3.70%로 0.07%p 상승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3.55%에서 3.66%로 올랐고, 하나은행(3.55%→3.67%)과 KB국민은행(3.53%→3.66%)도 모두 상승했다.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데는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금리가 조금만 떨어져도 자금이 다른 은행이나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금리에 따라 출렁인다. 올해 3월에도 5대 시중은행 예금 잔액은 14조7000억원 이상 빠져나갔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낮은 금리의 예금에 자산을 예치할 경우 자칫 물가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금리 또는 실질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기거나 대기성 자금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 금융권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 조달하는 금리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를 줄 수밖에 없어 예대금리 차이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금리 차이로는 은행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실적전망치도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4일 발표한 전망치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362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조9697억원)에 비해 12.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대금리차 축소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보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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