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웃돈 미 물가…첫 금리인하 9월 이후로 후퇴

2024-04-11 13:00:02 게재

CPI 충격에 인하 횟수 전망 연 1회로 줄어

2년물 국채금리 5% 육박 … 증시 1%대 ↓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첫 금리인하 시점이 9월 이후로 후퇴했다. 연내 인하횟수 전망 또한 1회로 줄었다. 물가 반등으로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에 더욱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금리는 급등해 2년물 수익률은 5%에 육박했고, 뉴욕 3대지수와 코스피는 1%대 하락세를 보였다.

◆6개월 만에 높은 물가상승률 =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달 전인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2%) 대비 크게 오른 데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4%)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0.4%로 전문가 예상치(0.3%)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전월 대비 0.4%로 집계돼 시장 예상(0.3%)을 상회했다.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2월 상승률(3.8%)과 같았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전월 대비 수치 모두 전문가 예상치를 모두 0.1%p씩 웃돌았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반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지만 근원 소비자물가가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감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는 주거비(전월 대비 0.4%)와 휘발유(전월 대비 1.7%) 가격 상승이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에 절반 이상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3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배경에는 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원유 수급불안 이외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조짐으로 유가가 80달러 중반대까지 상승한 것이 2월 및 3월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유가의 추가 상승 우려다.

전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0.98달러(1.15%) 오른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동 지역의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특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전해져 유가는 레벨을 높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추가 지상전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이란이 유가 흐름에 치명타를 줄 공산이 높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유가발 물가 압력이 크게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임대료를 포함한 서비스물가 압력도 기대보다 둔화되지 못했다. 3월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0.5%와 전년 동월 5.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서비스물가 항목은 자동차 보험료이다. 3월 자동차 보험료는 전월비 2.6%, 전년 동월대비 22.2% 급등했다. 자동차 보험료 급등 현상은 임대료과 함께 서비스물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 상승은 팬데믹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자동차 가격 상승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이후로 금리인하 기대 후퇴 = 시장에서는 첫 금리인하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전망했다. 7월도 아닌 9월 이후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당시 6개월 정도의 연율화 상승률에 기반했던 점을 감안하면, 첫 금리인하는 일러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라며 “2월에는 높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범위는 축소됐지만 3월에는 다시 상승 범위가 확대됐고, 특히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둔화하지 않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 2월에 이어 3월까지도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을 확인함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는 깨졌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경계심리를 자극했다”며 “이달 들어 파월 의장을 비롯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금리인하에 관해 신중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 기대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설명했다.

투자 및 자산 관리 회사인 글렌메드(Glenmede)는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고금리 장기화시대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결과는 인플레이션 완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강한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연준의 첫 금리인하는 7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워치 또한 첫 금리인하시기를 9월로 예상했다. 9월 인하 가능성은 66.2%, 연내 금리인하 횟수 역시 9월 0.25%p 인하 1회로 제시해 이전보다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낮아졌음을 나타냈다. 9월 FOMC에서 첫번째 금리인하를 기대하게 되었고, 두번째 금리인하 시점은 25년 1월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6월 금리동결 확률은 80%를 넘어섰고, 7월 금리동결 확률도 50%로 올라갔다.

물가 충격에 코스피, 1%대 하락 출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39.76포인트(1.47%) 내린 2665.40에, 코스닥지수는 8.53포인트(0.99%) 내린 850.80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365.0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4.5% 넘어선 국채금리, 증시에 부담 = 다시 4.5%를 넘어선 10년 국채 금리 수준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은 주식시장은 물론 각종 자산가격과 경기에도 미치는 악영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이날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4.97%로 전일대비 22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10년물의 경우 4.54%로 전일 대비 18bp 올랐다.

또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 지연은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원화 약세 부담을 높일 것이다. 이로 인한 국내 내수 경기 및 물가압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 위험도 커졌다.

실제 전일 뉴욕증시는 월가 예상치를 웃돈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 충격에 1%대 전후 급락세를 보였다.

1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또한 개장 직후 1% 넘게 하락하며 2700선이 무너졌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보다 37.19포인트(-1.37%) 내린 2667.97을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4포인트(-0.81%) 내린 852.39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 충격에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 강세 영향으로 전일보다 10.1원 상승한 1365.0원에 개장한 원달러환율은 오전 9시 19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8.7원 오른 1363.6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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