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시즌2’ 열리나

2024-04-11 13:00:01 게재

민주당·조국혁신당 ‘수사·기소권 분리’ 공약

야당 ‘검찰 힘빼기’ 법안 본격 추진 전망

“사건처리 지연, 피해자만 고통” 우려도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야권이 크게 이기면서 정치권 뿐 아니라 검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선거기간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108개 의석을 확보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은 지켜냈지만 민심을 업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에서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설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0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며 ‘검찰개혁 완성’을 제시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미완에 그쳤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윤석열정부는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을 통해 검찰에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힌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다시 법을 바꿔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 수사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절차법 개정도 공약했다. 현재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을 국회 입법으로 상향해 검찰의 자의적 수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피의사실공표죄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조국혁신당도 ‘검찰개혁 완수’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 공약은 좀 더 구체적이다.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해 경찰 수사를 통제하고 검사의 직접 수사개시권은 완전 폐지하겠다는 게 조국혁신당의 구상이다. 주민들이 지방검사장을 직접 선출하는 검사장 직선제와 시민이 배심원이 돼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제를 도입해 검찰의 중앙집권적 피라미드 권력구조를 해체하고 검찰의 분권화 및 개혁 경쟁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대신 공수처의 기능과 역할을 실질화하고 중대범죄수사청, 마약수사청, 금융범죄수사청, 경제범죄수사청 등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인권보호 수사준칙과 형사사건 공보 규정 등 관련 훈령을 입법으로 격상해 ‘이선균법’을 제정하고 불법적인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의석 수는 180석이 넘는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에는 못 미치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가 열리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공조해 검찰개혁 법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석은 국회 재적인원의 5분의 3을 넘어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남발해왔던 윤 대통령도 이번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직 검사는 “지난번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처리가 늦어지면서 결국 피해를 본 건 범죄 피해자들”이라며 “또 다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형사 절차를 흔들면 이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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